▷ “이북사람들은 왜 제주도를 좋아하지?”(박희태부총재) “제주도에서 반란났었잖아”(김기배사무총장). 엊그제 한나라당 총재단회의에서 나온 말이라는데 운을 뗀 부총재나 말을 받은 사무총장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김총장은 우리 정부가 남북 국방장관회담 장소를 결정하는데 있어 북측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니고 있어 그 잘못을 지적하려 했다고 해명한다.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고 말에 나타난 의식수준이다. 김총장은 ‘제주 4·3항쟁’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회담장소를 제주도로 하자고 한 ‘북측의 요구’에 연결짓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제주 4·3항쟁’을 ‘반란’으로 보는 것은 그의 ‘이념적 성향’이라고 치자. 그러나 명색이 제1야당의 사무총장이 전체 도민의 10% 이상이 무차별 학살된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그렇듯 가볍게 혀끝에 올리고, 더구나 그것을 선뜻 남북문제에 끌어붙여 남북관계 전체를 희화화(戱畵化) 한대서야 제1야당의 간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줄곧 남북의 화해와 협력이란 총론에는 찬성하나 그것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의 각론에는 야당으로서 견제와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옳은 주장이다. 하나 어떤 견제며 비판이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당의 핵심인물이라 할 사무총장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한나라당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총재는 역사에 대해 고민하고 시대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새인물을 곁에 둬야 한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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