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의 과학생각]전설 속의 괴물을 찾아라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0분


8월 초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탐사진이 셀마 사냥에 나섰다. 이들은 1750년부터 셀마가 목격됐다는 노르웨이의 셀요르드 호수에 그물을 치고 수중 음향탐지기를 설치했다. 셀마는 말의 머리를 한 길이 50m의 뱀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전설의 괴물이다. 1812년 고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조르지 퀴비에는 동물학적 발견의 시대가 종료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2세기 동안 수천 종류의 새로운 동물이 발견됐다. 예컨대 1901년 콩고에서 오카피, 1912년 인도네시아에서 코모도 드래건, 1938년과 1952년 아프리카 바다에서 실러캔스, 1976년 하와이에서 메가마우스, 1992년 베트남에서 사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실러캔스는 6500만년 전에 공룡과 함께 멸종된 것으로 여겨진 물고기였기 때문에 두 차례의 발견으로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1300만 종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에서 겨우 170만 종만 발견되었을 따름이다. 게다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괴물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다. 이러한 미지의 동물은 셀마처럼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바다나 밀림 속에 숨어 있을지도모른다.

전설 속의 기묘한 동물을 연구하는 분야를 신비동물학(Cryptozoology)이라고 한다. 1959년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로 신비동물학은 체계를 갖추게 됐으며 1982년 국제 신비동물학회(ISC)가 발족됐다.

신비동물학의 3대 관심사는 네시, 예티, 빅풋이다. 네시는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 있는 좁고 깊고 길 뿐만 아니라 거대한 민물호수인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괴물이다.

6세기 경부터 네시 이야기가 나돌았으나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33년부터이다. 네시는 공룡이 멸종한 뒤에 살아남은 파충류로서 목이 뱀처럼 길고 머리가 짧은 네 발 달린 동물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네시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해마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네스호에 몰려들 정도로 네시는 대중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다.

예티는 네팔의 전설에 등장하는 히말라야산맥의 설인(雪人)이다. 1921년 서양사람의 목격담이 처음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빅풋은 북아메리카 북서부 산중에 살고 있다는 괴물이다. 1958년부터 언론에 소개되어 미국인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예티와 빅풋은 손이 길고 털이 많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괴물이다. 이들의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해서 전세계 언론이 호들갑을 떤 적이 있었으나 이들의 생존을 뒷받침할 만한 확증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신비동물학이 비과학적 요소를 적지 않게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까닭은 과학의 전성시대인 20세기 후반에도 새로운 괴물 이야기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995년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마을에서 비롯된 흡혈동물 전설은 가장 기괴한 현상으로 손꼽힌다. 추파카브라스(Chupacabras)로 명명된 이 괴물은 닭이나 염소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네시나 예티의 전설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데는 몇세기가 걸렸지만 추파카브라스 이야기는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추파카브라스의 홈페이지가 개설될 정도이다.

신비동물학은 자연과학에 신비스러운 요소가 가미돼 있으므로 사실과 허구가 뒤엉킨 연구분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비동물학을 사이비과학으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신비동물학자들은 전설 속의 괴물을 찾아 지구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 만일 셀마, 예티 또는 추파카브라스가 살아있다면 그들의 실체는 끝내 밝혀지고 말 것이다. 설령 이들이 인간의 호기심이 꾸며낸 허구에 불과할지라도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밀림과 바닷속을 뒤지는 신비동물학자들의 모험은 불가사의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부질없는 헛수고만은 아닐 터이다.

실러캔스처럼 고비사막의 살인벌레(올고이―코르코이)나 콩고 밀림 속에 살아 있다는 공룡(모켈레―엠벰베)이 발견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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