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창]찜찜한 ‘태권도 괴담’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56분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27일, 시드니 스테이트스포츠센터에서 한 대만 신문사 기자가 말을 걸어왔다. “태권도 첫 금메달은 올림픽 개최국인 호주와 다음 개최국인 그리스가 나눠 갖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데 알고 있느냐”는 내용.

대만은 이날 황 즈으시앙, 라이 후웨이팡의 남녀 선수를 출전시켰는데 모두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선수들이어서 자국 기자들의 관심이 무척 높았다. 기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지만, 공교롭게도 대만의 두 ‘금메달 후보’는 모두 동메달에 그쳤고 그리스의 미칼리스 무르초스와 호주의 로렌 번즈가 남녀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또 다른 ‘소문’도 있었다. 로이터 통신사의 한 기자는 “한국 선수단의 성적이 부진해서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인 김운용대한체육회장이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의 ‘계획’을 바꿔 태권도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모두 따내겠다고 공언했다는데 혹시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28일 한국의 정재은과 신준식이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둔 직후 관중석 일부에서 들려온 야유가 자꾸 귀에 거슬렸던 것도 외국 기자들이 전해준 ‘농담 섞인 괴소문’ 때문이었다.

가격의 정확성 여부를 심판의 육안으로 판별하는 태권도는 심판의 주관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기. 세계태권도연맹은 “올림픽을 대비해 국제 심판을 특별 교육을 시키는 등 공정한 판정에 최선을 다했다”며 “판정에 관한 ‘이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경기장에서 들려온 야유를 승부에서 패한 팀 응원단의 ‘분풀이’로 넘겨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세계 각국 기자들이 태권도를 아직도 ‘누군가의 영향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종목’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걸리는 점이 많다. 태권도가 앞으로도 계속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경기장에 떠도는 ‘괴담’의 뿌리부터 뽑아내야 하지 않을까.

<시드니〓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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