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판공비는 기관장의 효율적 업무추진과 품위유지 등을 위해 마련된 만큼 사용에 있어 유연성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전 충남지역 기관장들의 판공비 사용내용에서 보듯 특정식당에서 한달에 10여차례에 걸쳐 동일한 금액을 사용하는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현금화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카드깡’이 관행으로서, 부서 운영비 조달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이런 해명을 다소 받아들이더라도 유흥업소에서의 카드사용이 제한되자 유흥업소를 이용한 뒤 카드결제는 식당이름으로 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기관장의 경우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이런 고객을 유치하려고 식당과 술집을 함께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게 관계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또 한 기관장은 4·13총선 직전인 3월말부터 4월 사이 자신의 출신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선거를 측면지원했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본보가 기관장들의 판공비 집행의 문제점을 보도한 뒤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한 공무원들의 태도다. 한 고위공무원은 “우리의 접대문화상 카드를 변칙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검찰도 ‘팔이 안으로 굽는’ 탓인지 “시민단체가 고발해오면 수사를 검토하겠다”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전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이 손대기에는 액수가 너무 적어서…”라는 말도 한다.
액수의 다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이 어떤 돈인가. 국민세금에서 마련됐다는 그 돈의 성격을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이기진
이기진<지방취재팀>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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