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료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 입력 2000년 9월 29일 18시 56분


어렵게 이뤄진 의(醫)―정(政) 협상이 의료계가 잇따라 내놓는 본질외적 문제로 헛돌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의료계는 지난달 있었던 전공의 집회에서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 경찰책임자가 직접 방문해 사과해야 한다더니 다시 의약분업 관련 공무원의 문책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협상의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일지는 모르겠으나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우리는 무엇보다 경찰책임자의 직접 방문 사과나 관련 공무원 문책이 의―정 협상의 본질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의―정 협상의 본질은 의약분업 갈등에서 노출된 현재의 왜곡된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바로잡아 나가느냐는 것이다.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 명분만 앞세워 밀어붙이다 파행을 빚은 지금의 의약분업사태에 대해 대통령은 최근 “안이한 판단을 반성한다”고 했고 주무장관도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개혁 본질에 대한 진지한 협상으로 의료파행을 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의료계가 마치 정부를 완전 굴복시켜야 할 것처럼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의료계는 줄곧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주장해왔다. 의약분업 역시 의료개혁의 큰틀에서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넉달째 계속되고 있는 의료파행의 현실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의료계 주장이 얼마만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의료개혁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문제를 협상조건으로 내세워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권을 흔드는 격이어서는 그동안 의료계 주장에 동의하던 상당수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다. 의료계는 ‘초(超)법부’가 아니다.

의료계는 이제 진정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의료개혁에는 ‘국민건강의 최우선과 국민불편 및 부담의 최소화’라는 상호 모순되는 현실적 과제가 따른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약계, 정부와 국민이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며 ‘차선(次善)’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의료파행으로 국민의 불편과 고통은 물론 종합병원들이 부도 위기를 맞는 등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빚고 있다. 전공의는 파업을 풀고 의료계는 대승적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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