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세상]시드니 올림픽의 아쉬움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04분


올림픽이 끝나는 날 어쩐 일인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이 생각났다. 교황의 수많은 축복 중 내게 떠오른 말은 물론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다. 원론적이지만 축구와 마라톤에 대한 교황의 말은 이렇다.

우선 축구에 대한 것. 청년시절 축구 골키퍼로도 활약했던 교황은 5월 유럽축구연맹의 강론에서 “축구스타들은 스스로 세계 젊은이의 본보기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인간과 영혼의 가치를 존중해 대중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라톤에 관한 말. 1월 로마 성베드로성당 앞 출발점에 선 4500여 선수에게 교황은 “삶은 외로운 마라톤 경주와 다름없다. 각자 자신의 스타일과 속도로 달리는 것이 인생이다”라고 했다.

축구와 마라톤에 관한 교황의 말이 생각난 것은 아무래도 시드니 올림픽에서의 축구와 마라톤 선수단 성적 때문일 게다.

사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의 이상과 상업주의나 정치적 오염 및 올림픽 유해론 등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올림픽은 현실적으로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초로 한 스포츠 기량의 경연장이다. 인간 드라마의 무대이니 만큼 올림피언의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좋은 성적이 기다려지는 것이다.

올림픽에 나간 우리 선수단은 잘 싸웠다. 금메달 순위 12위로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그에 연연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믿는다. 금메달을 딴 양궁 레슬링 펜싱 태권도 선수들은 물론이고 어려운 여건아래 은메달을 따낸 남자하키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의 활약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럼에도 역시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축구와 마라톤선수단의 부진이다. 축구팀은 기록상 예선 2승1패였지만 실상 두 번의 경기로 예선탈락이 확정된 셈이었다. 물론 기량이 떨어져 예선탈락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 나선 선수단의 플레이는 중계를 시청한 사람들의 삶에 결코 긍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한 칠레와의 경기에서는 선수가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퇴장당하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아쉬움은 2002년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일본이 버젓이 8강전에 올라 더하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8강전에서 미국에 승부차기로 졌지만 예선전을 포함한 네 경기 모두 훌륭하게 풀어갔다.

마라톤에서는 이봉주선수가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불운도 겹쳤지만 출전선수 모두 자신의 스타일과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와 마라톤 선수단의 올림픽 성적은 솔직히 섭섭했다. 월드컵을 앞둔 축구와 마라톤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선수 그리고 관계자의 분발을 촉구한다.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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