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의 거듭된 ‘조건없는 여야 영수회담’ 제의가 이같은 한국정치의 현상타파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지난주 이총재의 첫 번째 영수회담 제의를 ‘선(先)중진회담 후(後)영수회담’의 조건을 걸어 사실상 거부했다. 물론 여야 총재가 서로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수회담이 만능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만나서는 상생(相生)을 얘기하고 돌아서서는 상극(相剋)으로 치달아온 지난 영수회담의 예에 비추어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만도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라가 처한 형편은 형식에 매달리고 결과를 미리 걱정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당장 민생과 직결된 숱한 법안들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으며 남북문제 등 국가의 명운을 가를 중대사에 대한 국민적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이 집권여당에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국회파행을 부른 국회법 날치기와 선거부정 축소 및 비용실사 개입 의혹,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은 하나같이 여권이 빌미를 제공한 문제다.
그렇다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과한 후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의혹을 풀 것은 능동적으로 푸는 것이 집권측의 마땅한 도리다. 정국파행의 원인은 보지 않고 국회법 원칙만 내세우는 것은 합리적 해법이 아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민주당은 보다 큰 시각으로 정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회창총재가 말했듯이 영수회담은 ‘구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당이 국회정상화 여론을 업고 야당에 ‘백기(白旗)’를 강요해서는 더욱 안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식의 ‘기 싸움’은 이제 접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제 국회에서 따질 것은 따지고 밖에서 싸울 것은 싸우는 병행투쟁으로 돌아서야 한다. 이회창총재는 영수회담에 관계없이 무조건 국회에 들어가는 것도 이기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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