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 3대 항문병 '치질ㆍ치루ㆍ치열'

  • 입력 2000년 10월 2일 23시 29분


'생활습관과 초기치료가 중요하다' 항문은 약 1백50cm 길이인 대장의 맨 끝부분으로 항문관, 항문괄약근, 정맥총(핏줄이 거미줄처럼 얽혀 신체가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쿠션장치)으로 구성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신체 기관. 신경조직이 풍부하고 예민한 관계로 조그만 자극, 손상에도 통증이 심하고 피가 나며 치료가 쉽지 않은 게 특징이다. 때문에 예민한 부위로 상징되는 ‘입술’에 비견될 정도. 하지만 변이 나온다는 이유로 창피해하거나 소홀히 여기다 보니 항문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성인 4명 중 1명은 항문질환에 시달릴 정도. 특히 요즘 들어 학업이다, 컴퓨터다 해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데다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부족 등의 원인으로 그 수가 급증하고 있다. 치질, 치루, 치열은 대표적인 3대 항문병. 치질은 혈관이 늘어나 부풀거나 뭉쳐 혹처럼 된 상태이고, 치루는 항문 주위 염증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 작은 구멍이 뚫리면서 고름이나 분비물이 피부 밖으로 흘러나오는 병이며, 치열은 한마디로 항문이 찢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외에도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 염증으로 통증이 심한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있다. 이같은 항문질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상적인 배변활동과 청결이 중요하다. 적당량의 규칙적인 식사로 하루 1회 원활하게 배변해야 항문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또 배변 후엔 꼭 항문을 물로 씻고 좌욕을 생활화하는 게 좋다. 40℃의 따뜻한 물로 하루 10분 정도 좌욕을 하면 항문 및 주변의 청결이 유지될 뿐 아니라 혈액순환 및 괄약근 긴장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만약 지금 항문병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하루빨리 전문병원을 찾으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에 치료를 미루다 보면 완치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치질전문클리닉 한호외과 전호진 박사는 “환자들 대부분이 창피해서 병을 숨기다 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출혈 등의 이상 증상은 직장암이나 대장암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 혈관이 부풀어 혹처런 된 상태인 '치질' 항문질환 중 가장 흔한 게 치질. 의학용어로 치핵이라 부르기도 하는 치질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항문주위의 혈관이 늘어나 일종의 혹처럼 된 상태. 증상으로는 출혈을 비롯해 치질 부위가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가 하면 통증, 항문 가려움증, 불쾌감 등이 나타나며 통증 때문에 용변 보기가 힘들고 걷기도 불편해진다. 항문에는 죄어드는 관이 있다. 길이 4cm 정도의 이 항문관 중간에는 지그재그 모양의 울퉁불퉁한 치상선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치상선을 중심으로 위쪽에 치질이 생기면 암치질(내치핵), 아래쪽에 항문 가까이 생기면 수치질(외치핵)이라 한다. 암·수치질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치질도 있다. 수치질은 지각신경이 모여 있는 부위에 생기다 보니 통증이 심해 걸어다닐 수도 앉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고, 빠진 부분을 밀어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출혈을 동반하는 암치질은 그 증상에 따라 보통 4단계로 구분된다. 1도 치질은 배변시 출혈만 있는 정도이고, 2도는 배변시 치질 부위가 밖으로 나와 있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상태다. 3도는 배변시 나온 치질을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이고, 4도는 혼합치질 양상을 보이며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탈출되기 쉽고 나온 치질도 집어넣기 힘들어진다. 또한 출혈, 염증, 괴사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출혈이 있는 사람은 치질 외에 직장암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질은 암으로 발전하는 질환은 아니나 직장암을 치질로 오인해 조기발견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치질 출혈은 선홍색으로 용변과 분리돼 변기에 뚝뚝 떨어지는 반면 직장암 출혈은 변과 뒤섞여 나오거나 미끈미끈한 점액질로 어두운 색조를 띠는 특징이 있다. 치질의 원인으로는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나 잘못된 배변습관, 변비, 설사, 심한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체질적으로 항문주위 혈관벽이 약하거나 노화, 임신, 간경변증 등으로 복압이 상승한 경우, 또 장시간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많고 특히 출산 후나 다이어트로 배변량이 적은 사람에게 생기며,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 끊임없는 출혈로 심한 빈혈증상을 겪기도 한다. ◆ 양방 치료법 양방에서 행해지는 치질치료를 보면 수치질의 경우 대부분 수술요법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문제는 항문 안쪽에 생기는 암치질로 치료방법에 따라 크게 보존적인 치료와 적극적인 치료법으로 구분된다.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요법인 보존적인 방법은 초기 치질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진통 소염제와 부신피질 호르몬제가 들어있는 치질약 사용 등의 약물요법과 좌욕 등 생활요법이 주로 해당된다. 이중 치질약은 초기치질의 일시적인 통증완화엔 도움이 되나 치질 자체를 없애주진 못하므로 남용하지 않는 게 좋다. 치질 자체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적극적인 치료의 경우엔 다시 비수술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페놀 등 경화제를 사용해 혈액 순환을 차단, 치질을 소멸시키는 ‘경화요법’, 치질을 특수 고무끈으로 묶어 떨어뜨리는 ‘고무밴드 결찰법’, 치질을 순간 냉동으로 썩이는 ‘냉동요법’, 피를 열로 응고시켜 치질을 치료하는 ‘적외선 치료법’ 등이 비수술요법에 해당하는 치료법들. 수술법보다 시술도 간단하고 통증도 덜하나 성공률이 70~75% 수준이며, 합병증과 재발우려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수술요법은 치질제거에 있어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치료법. 특히 상태가 악화된 3기 이상의 치질엔 칼로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적 절제술이 적용된다. 최근엔 절제술에 칼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기도 하는 수술요법은 치료효과는 좋지만 입원을 해야 하는데다 통증, 출혈이 심하다 보니 환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시술법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 그중 하나가 이미 독일,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 행해지는 ‘치핵동맥 결속치료법’이다. 치핵동맥 결속법이란 항문경을 직장내로 삽입, 치질을 일으키는 상부동맥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 통증신경이 없는 부위에서 동맥을 특수실로 묶어 치질을 소멸시키는 치료법. 이 시술법은 기존 치료법과 달리 통증이 적고, 재발률이 낮다. 또한 마취를 할 필요가 없고 30분 이내에 수술이 가능하며,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태가 너무 심한 경우엔 수술법이 병행되기도 한다. ◆ 한방 치료법 한방에선 치질을 육식 위주의 식습관, 변비, 설사 등과 더불어 체력저하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즉 허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보고 있는 것. 따라서 허약한 체질을 보강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 동시에 증상을 고치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시행중이다. 초기 치질의 경우 한방에서도 약물요법이 동원되지만, 본격적인 치료법으로 예로부터 보편화된 시술법은 ‘한방결찰요법’이다. 이 방법은 치질을 특수 제작된 약실로 묶어 혈액순환을 차단함으로써 저절로 썩어 떨어지도록 하는 치료법. 양방의 고무밴드 결찰술과 유사한 방법으로 잘못 시술할 경우 통증이 심한데다 재발 우려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최근 한방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치료법이 ‘약침요법’. 이 시술법은 체력을 보강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우황, 사향, 녹용, 웅담, 삼릉, 봉출 등의 한약재에서 진액을 추출, 치질 부위 침자리에 주입함으로써 치질의 단단한 부위가 저절로 녹아내리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1~2회 시행되며, 시술시간은 20~30분, 완치에는 15~20일 정도가 소요된다. 무엇보다 생약이라서 부작용이 없고 통증도 적으며 시술도 간편한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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