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원의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차 구조조정 효과가 시장의 불신으로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우차에 이어 한보철강의 매각이 끝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되는게 없다'며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들이 불발로 그치고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다.
대우차와 한보철강매각 무산은 진념 경제팀 보다는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에게 직접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현재의 경제팀은 과연 난마처럼 얽힌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시장은 아직 신뢰를 주지 않고 있다.
신뢰보다는 불신 쪽에 가깝다.
출범한지 두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평가를 너무 빨리 내리는게 아니냐는게 새경제팀의 반론이지만 두달간의 행보가 신뢰를 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시장은 우선 진념 재경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주택 국민은행등 우량은행의 선합병 후 부실은행 합병추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헌재 전장관이 부실은행 통합 또는 합병 후 우량은행 합병을 추진했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우량은행은 노조원의 반발이 크고 정부의 지분도 없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대주주인 부실은행부터 지주회사로의 통합 또는 합병을 추진하면 거대은행 탄생에 위기의식을 느낀 우량은행도 자율적으로 합병에 나설 것이란 논리였다.
새경제팀은 은행의 합병순서를 완전히 뒤집었다. 우량은행간의 합병이 시너지효과가 크기 때문에 우량은행간 합병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였지만 '과연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꼬리표를 다는 사람이 금융계에 많았다.
진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9월초 "우량은행들이 합병을 물밑에서 논의중에 있으며 9월말까지 성사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9월 성사는 이미 물건너갔고 9월말 시한은 10월말까지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바뀌었다.
지난달 1일 이 금감위장의 '9월말까지 우량은행 통합가시화' 발언 직후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반응은 거의 냉소에 가까웠다.
김 행장은 기자에게 "그 사람들이 또 엉뚱한 생각은 하는구먼. 부실은행의 통합 또는 합병구조를 보고 나서 진로를 결정한다는데 변함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재촉에도 불구, 우량은행 축에 속하는 주택 국민 하나 한미 신한은행은 각자 이해관계가 얽혀 합병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드의 대우차인수 포기후 현경제팀이 보여준 태도에도 금융계는 실망했다.
10월20일까지 매각하겠다며 선인수-후정산 입장을 밝히는 등 조급증을 드러내 M&A전문가들의 질타를 받았다. 현대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우차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바람에 10월20일까지 매각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정부가 대우차 매각에 조급증을 드러낼 수록 현재 유일한 인수자로 부각된 GM의 헐값인수 시도는 불보듯 훤하다.
현 경제팀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이같은 행보를 놓고 금융계에서는 경제팀의 경제현실 인식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경제현실 인식능력이 부족한데 해결능력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기도 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헌재 전 장관이 초기에는 구조조정을 나름대로 잘 추진하다가 나중에 생각대로 잘 안되자 말을 자주 바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하고 "현 경제팀도 당장의 효과에 얽매이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석을 놓는 자세로 구조조정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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