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가서 게임하자"
"싫어, 난 지금 전쟁 중이야, 삼국통일을 눈 앞에 두고 있다구"
게임 시나리오 작가인 이문영씨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을 펴냈다.
6,7세기 우리 역사의 격변기인 삼국시대를 살아가면서 삼한통일을 꿈꾸며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선조들의 삶을 컴퓨터 모니터 속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그려놓은 흥미진진한 전쟁소설 '다정'(多情).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치열한 전장의 한 가운데로 빠져들고, 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읽었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웅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삼국시대를 보게 된다.
계백이 위대해지면 김유신은 모략으로 전쟁하는 사기꾼이 되고, 고구려가 위대해지면 신라는 외세를 끌어들인 민족의 배반자가 되는 단편적인 역사를 배운 우리들에게 소설 '다정'의 삼국시대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고구려의 왕이 되기도 하고, 신라의 장수가 되기도 하고, 백제의 백성이 되기도 하면서, 그 시대를 살게 한다.
문화평론가 이도흠 박사는 신라 향가를 연구하면서 풀리지 않던 수많은 문장들을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신이 신라인이 됨으로써 하나하나 해석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소설 '다정'은 바로 그 시대의 세세한 삶의 모습들을 간과하지 않고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혀준다.
다소 등장인물의 이름이 낯설고, 역사 기록의 뒤편에 가려졌던 인물들이 나타나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10개의 단편과 빠른 전개로 구성된 이 소설은 PC방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작가 이문영씨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게임전문 잡지에 판타지소설을 연재하는 게임 평론가 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