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금융구조조정에 의한 시중은행간 합병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첫 ‘대등’ 합병 사례로 손꼽히는 한빛은행(상업+한일)이 최근 합병의 효과를 자체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한빛은행이 공식 출범한 99년1월∼12월의 경영성과를 합병 이전인 97년, 98년 두 은행의 경영과와 비교한 것.
결론부터 말하면 합병의 성과는 대단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합병의 효과는 인력감축?〓합병의 성과는 △BIS자기자본비율 영업이익 등 경영성적은 호전됐고 △자산 여신 수신 등의 시장점유율은 다소 감소했으며 △조직문화의 이질성으로 융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요약된다.
98년 정부는 합병을 위해 3조2642억원을 출자했다. 두 은행은 합병 전후 전산시스템통합 간판교체비 등으로 739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그러나 한빛은행의 99년 경영 성과는 ‘대우 부도’라는 돌출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못미쳤다. BIS자기자본비율은 97년말 7.2%에서 99년말 8.7%로 다소 호전됐다. 영업이익도 99년말 2조3822억원으로 97년말 2조829억원에 비해 3000억원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이중 대분분인 2195억원은 인건비 물건비 등 비용절감 때문. 한빛은행의 현 직원수는 1만800여명으로 합병 전후 66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영업이익 중 비용과 대손충당금 등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99년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1조9872억원이었다. 97년(―4448억원)에 비해 늘었으나 98년(―3조3000억원)보단 다소 줄었다. 무수익여신비율도 99년엔 10.99%로 98년과 97년보다 훨씬 높았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99년 2조원이 넘는 큰 영업이익을 냈지만 대우 부도라는 돌출변수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해명했다.
▽시장점유율도 줄었다〓97년말 상업―한일은행의 총자산은 102조원, 99년에는 80조원으로 20조원 가량 감소했다. 여신과 수신의 규모도 97년말 각각 20%씩 감소했으며 외환부문도 668억달러에서 467억 달러로 30% 감소했다(그래픽참조). 대등합병이었지만 중복고객 감소 등으로 합병 이후 ‘몸집’은 20% 가량 줄은 것.
98년말 약 850만명이던 두 은행의 고객 수는 합병 이후 급격히 감소했으나 2000년3월말 기준 880만명으로 다소 늘었다.
▽이질적 조직문화가 걸림돌〓합병 이후 조직통합을 위해 ‘출신은행별 사적모임’을 일체 금지시키고 본점 및 영업점의 전 계층에서 상업과 한일 출신을 교차 배치시키는 등의 배려를 해야했다.
업무용어가 달라 ‘통일 용어집’을 제작, 각 영업점과 개인에게 배포했으며 또 1년여 매일 아침 조직통합을 위한 행내 방송을 했을 정도. 승진 체계의 경우 구 상업은 승진시험이 중시되고 구 한일은 근무성적이 중시됐으며 호봉체계가 달라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한 한빛은행 직원은 합병에선 조직의 문화가 중요하다며 “이것을 위해 우리는 1년을 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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