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주의 수익 악화 전망이 잇따르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긴축통화정책을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뉴욕증시는 오전장에 1% 넘게 지수가 올랐으나 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매물이 쏟아져 나오자 113.73포인트(3.19%) 떨어진 3,455.17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9일 이후 시장이 문을 연 사흘간 매일 10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28일 하루를 빼고는 줄곧 하락했다.
나스닥 시장이 맥을 못추는 이유 중 하나는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의 수익악화 전망.
3일 나스닥 폭락의 ‘주범’은 오라클이었다. 최근의 기술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유지해온 오라클은 이날 주당 9.25달러(11.75%) 급락한 69.5달러를 기록했다. 수익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메릴린치의 보고서 때문이었다.
오라클주의 하락은 다른 기술주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 전자상거래 주인 아리바는 14.58달러(11.49%) 떨어진 112.48달러에 장을 마쳤으며 지난주 수익악화 전망을 발표, 닷컴주의 급락세를 가져왔던 프라이스라인은 9.2% 급락,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수익 악화 공시를 낸 인텔이 나스닥의 급락을 가져왔고 29일에는 애플 컴퓨터의 수익 악화 전망으로 시장은 다시 휘청거렸다.
이처럼 대형주들이 연이어 나스닥의 폭락을 유발하자 월스트리트 투자가 사이에는 다음은 어느 회사가 나스닥의 발목을 붙잡을지 걱정하고 있다.
FRB가 긴축통화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도 나스닥의 힘을 빼고 있다.
FRB는 3일 “인플레 압력이 아직도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긴축통화정책 유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FRB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은 것은 예상된 일이었기에 나스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FRB가 기업의 수익악화 전망과 경기진정 조짐 등에 따라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중립적’으로 바꾸기를 희망했다.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분석가는 언제 나스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지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대부분의 대형 업체가 수익전망을 발표했고 국제유가 오름세도 한풀 꺾인 만큼 나스닥이 반등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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