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이 경제를 챙기려면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5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현재의 경제여건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시인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각에 촉구했다. 12대 개혁과제를 우리경제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규정하고 각부처 장관들에게 “비장한 각오로 내년 2월까지 개혁을 완결하라”고 주문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지만 대통령이 경제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현충일에 김대통령은 “선두에 서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후 그 약속은 지켜지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경제는 날로 악화되어 왔다. 시중의 실물경제가 심각한 부진상을 보이고 체감경기가 하루 다르게 떨어져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불과 보름전 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거시경제 지표와 외국 금융기관들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우리경제를 낙관하는 발언을 했었다. 대통령에 대한 언로가 열려있다는 청와대비서실의 주장과 달리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개혁일정은 수도 없이 늦춰져 왔다. 금융개혁의 경우 작년말까지 완결하겠다고 했다가 올들어서는 이달말까지로 약속시한을 변경했지만 막상 시한이 다가오자 다시 다음달말로 슬그머니 날짜를 늦췄다. 기업 금융 노동 공공 등 4대부문의 개혁 가운데 민간부문을 제외하면 거의 이뤄진 것이 없다는 점은 개혁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나태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4대부문 12대 과제별로 시한을 정하고 매달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한 것은 중요한 상황변화라고 하겠다. 이 가운데 특히 금융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화급한 현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만큼은 실패할 경우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이 총퇴진한다는 각오로 국민과의 약속시한을 지켜주기 바란다. 상대적으로 경시되고 있는 실물부문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걱정되는 것은 경제팀과 여당 정치권간의 당정갈등이다. 정치권은 이번 경제팀의 정책방향과 능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퍼붓고 있으며 경제팀은 반대로 경제가 악화된 원인이 정치권 탓이라고 공박한다. 우리가 보기에 양쪽 모두 당당하게 상대를 비판할 만큼 자기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만큼 서로 말을 아끼며 행동으로 개혁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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