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호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겸허히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한다. 구태여 정국이 이렇게 된 데 대한 근본 원인과 순서를 따진다면, 지난 4월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상생(相生)의 정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김대통령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여당은 그동안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우’하지 않고 거리로 내몬 게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정국이 막판까지 가 있는데도 야당의 주장을 외면하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지난 7월말의 국회법 날치기도 사실은 여야의 ‘상생’보다는 여당이 힘으로 몰아붙이면 된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발상에 연유된 것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여야관계는 헤어나기 어려운 ‘불신의 늪’에 빠졌다.
야당도 여당에 못지 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남북한 관계가 급속히 돌아가고 나라 경제는 ‘제2의 IMF설’과 함께 먹구름이 덮이고 있는 때에 정치의 중심이어야 할 국회를 외면했다. 야당은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은 겸허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삼아 서로가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남북한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든 초당적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현재의 진행상황을 하나도 숨김없이 밝히고 이총재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국회에 보고할 것은 보고하여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경제상황도 심각하다. 여야는 경제현안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5일의 여야 합의는 여러 곳에 암초가 있어 정국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지 모른다. 여기에 자민련은 나름대로 ‘소외감’을 호소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자민련의 태도도 문제지만 더 큰 과제는 여야가 상호신뢰를 다져나가기 위해 얼마나 성실한 자세로 노력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영수회담은 과거처럼 약속을 깨거나 다른 뒷말이 나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신뢰의 정치’가 회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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