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이민정책에 의해 19세기말부터 한국에 들어온 화교들은 황해 건너편 산둥(山東)성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들은 거의 모두 자장면을 파는 중국음식점을 내 생계를 꾸렸다. 어려웠던 시절 중국집 자장면은 특별한 날에나 먹는 호사스러운 외식이었다. 검은 춘장에 양파 조각을 곁들인 자장면의 풍미는 나이든 한국 서민들에게 향수 같은 것으로 남아 있다. 서울 인천 등지에서 번성하던 중국음식점과 차이나타운은 70년대부터 영락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은 화교 차별이 유별난 나라다. 세금은 꼬박꼬박 거둬가면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재일교포 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면 한국 화교들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많은 화교들이 차별을 피해 이민을 떠나 미국 캐나다의 중국집에 들어가면 한국말을 잘하는 주인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된다. 서울 북창동 차이나타운은 70년대 초 재개발지구로 지정돼 통째로 사라졌다. 세계화시대에 중국과 이웃한 나라에 변변한 차이나타운 하나 없는 것은 지독한 배타성의 징표이다.
▷북창동 재개발의 명목은 그럴듯했지만 진짜 이유는 서울 한복판의 차이나타운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화교들은 북창동에서 쫓겨나 연희동 지역으로 이주했다. 당시 연희동은 포장이 안돼 이른 봄철이나 비 오는 날에는 장화를 신고 다니던 동네였다. 외국인 부동산 소유 제한이 풀리자 화교들이 최근 상가와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연희로 일대를 차이나타운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눈물을 뿌리며 들어갔던 진 땅에서 새로운 차이나타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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