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돌아온 '비밀무기' 두산 박명환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5분


5월5일 잠실 두산―LG전.

두산 선발투수 박명환(23)이 2회 갑자기 마운드를 내려가겠다고 우겼다. 놀란 코칭스태프에게 댄 사유는 ‘공포심’. 그는 “공 던지기가 무섭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투수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부상 후유증’이었다.

최고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며 98년 14승을 거둬 일약 두산의 에이스로 떠오른 박명환은 지난해부터 시름시름 앓았다. 충암고 시절 혼자 거의 전경기를 완투하며 쌓였던 피로가 누적된데다 96년 프로에 들어와서도 3년간 527이닝을 던져 팔꿈치에 무리가 간 것.

99시즌을 휴식과 치료만으로 ‘허송 세월’한 박명환은 겨울 재활 훈련을 거쳐 2000시즌을 준비했지만 불과 2번째 등판만에 복합적인 ‘부상 후유증’으로 다시 중도 하차했다. 일부에선 딱 부러지게 병명이 나오지 않은 그를 두고 “연봉만 받고 놀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5개월. 박명환은 웨이트트레이닝과 재활에만 매달렸다. 일본 돗토리의 ‘월드윙클럽’에서 2주간 몸을 매만졌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 클럽에서 만들어준 프로그램에 따라 꾸준히 개인 재활 훈련을 반복했다.

9월부터 피칭을 시작, 9월25일 자체 청백전에서 2이닝을 던져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박명환은 6일 대전 한화전에서 5개월만에 1군에 복귀했다.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맞긴 했으나 탈삼진이 3개.

7, 8일 주말 삼성과의 2연전에 연속 등판해선 각각 1이닝과 1과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최고 시속 145㎞의 빠른 공과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의 투구를 지켜본 두산 김인식감독은 “아주 좋아졌다. 저 정도면 포스트시즌에서도 짧게 1이닝 정도는 막아낼 수 있겠다”며 플레이오프에서 ‘비장의 카드’로 내세울 뜻을 비쳤다. 경기를 마친 뒤 박명환은 “무엇보다 (팔이) 아프지 않아서 기분이 좋다”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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