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되는 영수회담 정례화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7분


9일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회담은 두 사람이 가진 대좌 중 가장 긴 세시간이나 됐다고 한다. 국회운영위의 날치기 사태로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이래 단절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앙금을 해소하는 데도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동안의 여야 정치적 대치(對峙)가 거칠고 가파른 것이었던 만큼 서로 할 말을 하고 털어놓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은 ‘미더워’ 보이는 구석도 있다.

두 여야 총재는 이날 영수회담을 두 달에 한번씩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네가지를 합의했다고 한다. 특히 ‘영수회담 정례화’는 과거 여야 총재간에 유례가 없었던 합의인 만큼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대단하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국회 내 ‘소수여당’의 한계를 딛고 국정후반기를 매끄럽게 이끌기 위해, 이총재로서는 원내 제1야당의 입지를 과시하고 차기대권 후보군에서 단연 두드러진 위상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의 손익계산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런 속사정이야 어떻든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 총재가 서로 무릎을 맞대가며 ‘협의하고 토로하는 국정’이 바람직하고 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남북문제를 둘러싸고 ‘남남(南南)갈등’이 깊어지는 판에 국회에 관련특위를 두기로 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대북지원에 따른 갖가지 갈등과 논란이 국회에서 여야에 의해 수렴되고 걸러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정부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북한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 특히 식량지원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 국회의원들이 충분히 토의하여 거를 것은 걸러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특위를 통해 남북현안이 격의 없이 논의돼 초당적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에 합의했던 여야 정책협의회를 활성화하고, 경제 민생문제에 관해 최선의 협력을 하기로 다짐한 것도 그동안 정치에 실망하고 불신해온 국민에게 어느 정도 위안을 주고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두 총재의 대화 분위기와 약속이 그대로 정치에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과거의 경우, 영수회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아냥과 비방이 나오고, 오히려 회담 전보다 더 뒤틀린 관계가 되고 마는 예가 적지 않았다. 여야 총재는 국민과 역사라는 큰 틀을 보고 감정과 소아(小我)에서 벗어나 지혜와 정성을 모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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