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창의 NGO이야기]인터넷과 시민운동1-도메인을 잡아라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1시 16분


지난 선거기간 중에 2000년 총선연대 사이버팀 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 안건중에 도메인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http://www.ngokorea.org'라는 주소가 있는 데 웬 논의인가 하고 궁금해 하시겠지만 사실은 이런 겁니다.

'ngokorea'라는 도메인의 소유주는 '개인'입니다. 그래서 이 도메인은 총선이 끝나면 다시 그 개인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도메인입니다.

이 분(도메인의 소유주)은 ngokorea라는 이름은 어느 특정단체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되며 네티즌들의 공유가 되어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한 분이라 총선연대는 총선연대의 도메인을 갖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이 날 갖가지 도메인이 나왔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알려진 도메인을 총선시기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 결국 결정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 논의가 말해주는 것은 이제 시민단체들도 도메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가 'http://www.pspd.org'라는 도메인을 'http://www.peoplepower21.org'로 바꾸고 경실련이 기존의 'http://www.ccej.or.kr'에다 'http://www.cyberngo.org'를 첨가한 것도 도메인에 대한 시민단체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아, 공선협은 'http://www.koreango.org'고요, 시민운동정보센터는 'http://www.kngo.net'으로 사용합니다. 녹색연합은 'http://www.greenkorea.org'이죠.

이제 소위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모두 다 '사이버○○○○'을 만든다고 합니다. 사이버 참여연대, 사이버 녹색연합 등등.

제가 속한 시민행동은 'http://www.ww.or.kr'인데 ww는 'we watch', 'watch watch' 등의 뜻입니다. 분쟁이 있었던 주소입니다. 애초에는 www를 신청했는데 아 글쎄 '공익에 위배된다'고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싸움 끝에 ww로 낙착보았지만 말이죠.

여하간 이번 총선연대 사이트는 90만이 넘는 방문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경실련이 공천 부적격자명단을 발표하면서 지금은 현재 60만이 넘는 방문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에 대한 방문횟수가 많아지면서 인터넷을 이용해 시민운동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급속하게 퍼졌습니다. 시민행동이 지난해 인터넷을 이용해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저 신선하다 혹은 아이디어가 좋다는 반응이었다면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므로 이제라도 서두르자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용선이 들어오고 내부에 랜환경이 정비됩니다.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마구마구 전개됩니다. 참여연대의 홈페이지는 웹진으로 변화되었으며 경실련의 홈페이지도 변화의 기미가 보입니다.

시민단체들의 이런 변화가 있기 전,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통신상에서 운동을 전개해 온 단체가 있습니다. 진보넷입니다. 'http://www.jinbo.net' 주소로 들어가 보십시오. 여러 사회운동 관련이슈와 단체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네티즌들 사이에 유명했던 것은 닉스 도메인공모와 관련한 움직임입니다.

'http://www.ihateifree.com'사이트에 몰려 든 네티즌들은 닉스의 사기 의혹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했고 사이버시위라는 새로운 현상도 만들어 냈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안티사이트들이 만들어져 온라인상의 소비자운동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역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허용하라는 움직임처럼 과거와 다른 사회운동의 양상도 인터넷에서 나타나고 있고 (이 서명운동은 오프라인에서도 열심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선연대의 사이트도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가로 운영되는 사이트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특정단체의 운동보다 일정한 사안을 가진 네티즌, 시민들의 직접 참여가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이런 변화는 인터넷이 있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계급, 계층의 운동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나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시기에는 대중적 집회가 유력한 운동수단이 되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로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시민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이 유력한 운동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운동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네티즌들의 움직임에 비해 시민단체들의 변화는 아직은 느린 편입니다. 여전히 대개의 시민단체들의 사이트는 홍보중심의 사이트고 운동적 의미를 지닌 사이트는 적은 편입니다.

인터넷이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런 수단이 되어 있지는 않고, 아직은 목적의식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 것이지요.

인터넷의 확산속도가 거의 세계 1위에 해당할만큼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고 있으므로 시민단체가 인터넷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보다 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과 시민운동을 말하게 되면 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상'공간의 유용성문제와 참여자의 실질적 효과, 즉 익명성으로 인한 한계와 오프라인에서 보지 못하는 탓에 생기는 조직적 친밀감의 문제, 공동체 구성의 한계에 관한 논란입니다. 가상공간은 현실공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에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대로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속성상- 어떤 제약도 할 수 없다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 다른 의미로 공동체가 발전해 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는 접속(access to --> access in)은 힘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유저들이 결속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실제로 각종 안티사이트는 새로운 소비자운동의 양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위 '가상'의 공간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이라는 겁니다. 국가나 자본이 시민이나 소비자를 조작해 통제하고 감시하는 데도 인터넷은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인터넷이 현실공간에서의 각종 활동의 연장이기도 하고 그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인터넷안에서의 이슈가 현실세계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가상'과 '현실'공간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상과 현실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분으로, 마치 인터넷은 피안인 것처럼 여겨서는 정보 소외계층에게 인터넷은 언제나 미지의 공간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서부개척시대의 기차, 일제시대의 기차를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신작로도 두려운 판에 기차는 농촌의 공동체들에게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신작로나 화차는 우리 동네의 순이를 도시로 실어 나르고 도시의 기름 바른 얼굴들이 전혀 다른 문물을 가지고 와 동네를 휘젓습니다.

공동체가 파괴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의 생성과정이기도 합니다.

기차가 시공간을 밀착시킴으로써 가져온 도시문물의 급속한 확대는 농촌공동체를 파괴하면서 농경사회를 빠르게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시키듯이 인터넷도 그같은 위상에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기차가 현실이듯이 인터넷도 현실입니다. 인터넷은 기차보다도 훨씬 빨리 시공간을 압축하면서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시공간을 압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쌍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조건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인터넷이 지금까지의 각종 사회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되는 것만큼 시민운동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합니다. 운동의 과제, 운동양식, 조직구조 등 모든 부분에 변화를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민운동은 막 인터넷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도 여기에 참여하는 유저도 아직은 그간 통신상에서 만나던 유저들에게 비해서는 이용도나 이용방식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못합니다.

자, 다음 시간에는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운동의 이슈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현실공간의 운동과 인터넷의 관계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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