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하철 7호선 역사 차별 논란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51분


《‘고급 대리석 바닥에 원목 마감재로 치장된 화장실, 지상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강남구간) ‘평범한 타일과 화강암으로 채워진 바닥과 벽.’(강북구간) 8월 초 개통된 지하철 7호선의 강남구간과 강북구간의 역사(驛舍)를 유심히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강북쪽 구간의 역사는 다른 전철역사와 다름 없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강남 구간은 입구부터 예술 작품처럼 미끈한 유리장식으로 단장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강남구간의 ‘특급 정거장’인 논현역과 강북구간의 어린이대공원역을 비교해 보면 이같은 차이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우선 유리장식으로 꾸며진 논현역사 입구. 모든 지하철 역사를 통틀어 지상에서 곧바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지하철 7호선 강남구간 뿐이다. 논현역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지하1층으로 들어가면 동심원 모양으로 꾸며진 벤치를 만날 수 있다. 원 중앙에는 읽을 만한 책도 100여권 비치돼 있다. 바닥에는 파스텔톤 대리석이 깔려 있고, 벽은 고가의 법랑(琺瑯)으로 짜여져 있다. 화장실 쪽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입구가 원목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형 거울이 깨끗한 화장실의 이미지를 준다. 변기도 다른 지하철 역에서 보던 것과는 수준 차이가 나고 화장실 문도 나무 무늬를 띠고 있다. 마치 호텔 화장실에라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내부 공사비만도 30억원대.

반면 어린이대공원역은 입구부터 다른 지하철 역사와 다름이 없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바닥도 다른 역과 마찬가지로 화강암으로 돼 있고 벽에는 촌스러운 연분홍 타일이 붙어 있다. 화장실도 일반 공중화장실처럼 초라하다. 평당 내부 시설 공사비는 논현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7호선 역사의 강남구간과 강북구간이 이처럼 수준차를 보이자 강북지역의 이용객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는 한태정씨(35·중랑구 면목동)는 “지하철은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데 자가용 운전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은 강남구간 역사만 고급화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7호선 강북구간은 강남구간보다 4년 먼저 준공됐기 때문에 역사 내부 시설도 당연히 차이가 나게 된 것 뿐”이라며 “올해말 개통되는 6호선 역사의 내부 설비는 지역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지하철 7호선 역사비교(자료:서울시)
구분논현역어린이대공원역
총공사비57억원 90억원
바닥재강원 정선산 대리석(9만8000원/㎡)일반 화강석(8만원/㎡)
에스컬레이터지상∼지하1층(15대)
지하1층∼지하2층(4대)
없음
엘리베이터지하2층∼지하3층(2대)없음
개통시기2000년 8월1996년 7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