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그 명칭에 걸맞은 축제의 내용이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축제인지 그 정체성이 애매모호하기만 하다. 국내외 인기 연주자와 연주단체를 불러들여 공연하는 것이 소리축제였단 말인가? 지역축제는 지역의 전통적인 정서와 밀착돼야 하며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축제여야 한다.
축제 조직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현 조직위는 도지사가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축제의 주최부터 집행까지를 자치단체장이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리축제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감독은 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 축제에 대한 독창적인 마인드를 발휘할 수 없다. 또 60여명에 이르는 조직위원들은 소리축제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할뿐더러 이름만 걸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무총장을 비롯해 사무국에 문화예술이나 축제 전문가가 단 한사람도 없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파견된 공무원 15명 정도로 구성된 사무국은 단순한 행정업무 보조만 담당하고 있다. 축제의 전문성을 요하는 핵심적인 일은 모두 기획사가 전담하고 있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장기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조직위와 사무국에서 자체 역량으로 축제의 장단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수립된 계획에 따라 축제가 이뤄질 때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에 지역의 문화인력이 배제된 것도 지적할 대목이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인력들을 축제에 참여시켜 그들의 문화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이종진(민속학자·우석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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