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지명훈/"선거비용 물어내라"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면 선거비용은 민주주의의 체제유지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선거 등 거의 해마다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 엄청난 국민세금이 직간접적 선거비로 들어가지만 납세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26일로 예정된 충북도의원 보궐선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보궐선거 자체가 추악한 대규모 뇌물 스캔들에 따른 의원직 사퇴의 결과로 치러지는 탓이다. 6월 말 충북도의회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1인당 2000만원씩 금품을 주고받은 도의원 8명 중 5명이 구속됐고 그 중 비례대표 한 명을 포함해 4명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충북도는 갑작스러운 재난에 대비해 마련해 놓은 예비비 중 2억4000여만원을 이번 보궐선거 비용으로 지출해야 할 형편이다. 여기에는 이번 도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놓은 일부 시군의원의 보궐선거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이 알려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왜 이따위 보궐선거를 도민 세금으로 치러야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가 아무런 조건없이 비용을 지출한다면 예산낭비 사례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보궐선거 실시의 원인을 제공한 의원들에게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해 선거비용을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전대 유재일(柳載一·정치학)교수는 “보궐선거 비용은 사회적 비용으로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뇌물비리 등이 그 원인일 경우 해당자나 소속 정당에 일부를 물리는 방안은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뇌물비리 등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보궐선거 비용을 물리자는 ‘원인제공자 비용부담론’의 타당성 여부는 더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선거구민들의 정서는 한발 더 나아가 ‘정신적 위자료’까지 요구하고 싶다는 수준에 와있다.

지명훈<지방취재팀>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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