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영어 축구교실’과 ‘영어 하키교실’을 이끌고 있는 재크 쿠코이(25)와 짐 페드렉(29).
강남구 삼성동 리케이온어학원과 압구정동 재키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며 쉬는 시간 틈틈이 이곳에서 운동을 하다 ‘스포츠가 좋아’ 의기투합했다.
쿠코이씨는 미국 메릴랜드대 축구대표선수를 지내고 콜로라도 메이저리그 축구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페드렉씨 역시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에서 아이스하키 선수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실전에는 자신 있어 한다. 이들은 무보수로 스포츠교실을 이끄는 대신 각종 운동시설을 무료로 이용한다.
영어로 하는 체육수업이라니,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들은 단호히 “No pr―oblem(문제없다)”을 외친다.
“Repeat after me(날 따라하세요)”같은 지시문이나 ‘el―bow(팔목)’ ‘arm(팔)’ 등을 가리키며 스트레칭할 때는 동작이 수반되므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얘기. 게다가 스포츠라는 것 자체가 세계언어 아닌가. “땀 흘리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며 쓰는 한마디 한마디가 빠르게 이해될 것”이라고 쿠코이씨는 말한다. 하지만 지난주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첫수업을 했는데 아직은 “Pass me(나한테 넘겨)” “Take that(저걸 잡아)” 정도가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었다.
세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쿠코이씨는 이곳으로 배드민턴 하러 나오는 중년 부부들을 유심히 본다. “그럴 리 없겠지”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릴 적 서울 마포에서 버려진 뒤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부산에서 ‘소화’라는 보육원에 있다가 22년 전 법원에서 지어준 ‘이광진’이란 이름을 달고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에 온 것도 오로지 부모를 찾겠다는 일념에서였다.“미국에서 공부도 잘하지만 운동도 잘하면서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엄마 아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기자에게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인터뷰기사와 함께 실어줄 수 없느냐고 간곡히 말하기도 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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