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경제다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8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대부분의 시민들은 축하의 말을 하며 ‘이제는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는 일에 진력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국민이 느끼는 경제가 얼마나 절박한 상태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요즘 우리 경제는 소비심리가 냉각되면서 기업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주가는 500선마저 한때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는 상황이다. 초대형 건설사들의 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매각에 실패한 대우차와 한보철강 문제는 시시각각 우리 경제의 목을 조여오고 있어 이 때문에 경제계 일각에서는 제2의 환란이 예고되는 형국이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유가 폭등과 세계 증시의 폭락 등 외생변수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이 정도로 대외요인에 의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경제의 체질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추진되어온 각 분야의 구조조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이 총선을 앞두고 일시에 멈춰버린 탓에 경제의 기초를 강화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친 것이나 정부가 위기극복의 치적을 강조하는 통에 사회 각 분야가 허리띠 조르기를 멈추고 더 큰 몫의 파이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경제불안의 원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김대통령은 6월과 10월 초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다. 남북관계의 진전이나 노벨상 수상을 폄훼하려는 식의 헐뜯기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동안 국사의 무게 중심이 경제 등 내치(內治)보다는 남북관계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제 노벨상을 수상한 만큼 김대통령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104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구조조정과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는 일을 신속히 추진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기업 금융 공공 노동부문 등 4대개혁을 마무리하는 일은 김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이뤄야 할 지난의 과제다.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통이 뒤따르는 이들 개혁작업에 김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선다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기업과 금융의 체질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재도약시킴으로써 내치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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