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조 5천억원규모의 연기금 전용펀드를 설정하고 운용책임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표하는 등 증시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업가치는 변한게 없는데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을 받아줄 국내수급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는 정부측의 시장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조치를 통해서는 증시를 근본적으로 부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기금의 운용방식과 자산배분전략 등이 합리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금만 축낼 뿐이라고 우려한다. 증권투자자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혜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주가부양이란 목표에 매달려 정부가 막상 연기금을 동원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현금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으라고 권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현재 주가하락이 연기금 등이 주식을 매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IMF체제이후 대외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유가급등 반도체가격하락 등 외부변수의 악화에서 주가하락원인을 찾는다. 이것은 중동정세의 불안정으로 한국증시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증시가 동반하락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인 부양책은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은 "현재 증시는 연기금이 1조 5천원 정도 매수한다고 하락추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며 "현재 외국인들은 반도체가격하락과 고유가에 취약한 신흥시장 경제에 대해 매도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급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익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본부장도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신흥시장전체에에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을 동원한다고 외국인들의 매도행진을 멈출게 할수는 없다"며 "다만 한국정부가 보다 강도높은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외국인들의 한국시장의 투자비중을 현재수준으로 유지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고 전망한다. 국내기업들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주주경영을 강화하면 외국인은 물론 국내증시를 떠난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려올 것이라는 견해다.
이종필 한가람투자자문 펀드매니저는 "자칫 정부의 연기금을 통한 증시부양이 한국시장을 벗어나려는 외국인들에게 매도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시가배당이나 기업지배구조의 강화 등 주주경영을 강화하는 조치없이 연기금을 동원했다간 큰 손실만 입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개인투자자들도 정부의 증시부양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보유주식의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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