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약하지만 여럿은 강하잖아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이 똘똘 뭉쳤다.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www.miclub.com)의 동호회 ‘결혼할 사람들 모여라’(결사모) 회원들은 요즘 ‘공구’의 위력을 실감중이다.
‘공구’는 망치 톱 같은 연장이 아니라 ‘공동 구매’의 준말. 결사모 홈페이지 운영자인 시솝과 부시솝 등이 발품 들여 발굴해 낸 알뜰상점에서 혼수품을 여럿이 싸게 산다는 뜻이다.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는 임양님씨(27)는 친목 모임 정도였던 결사모를 강력한 ‘압력집단’ 수준으로 격상시킨 일등 공신. 5월초 가입한 이 곳에서 신변잡기와 채팅을 나누다 정기 모임과 공동 구매를 제안했다.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 필수품이나 예물 등을 여럿이 함께 구입하면 가격도 좀 싸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처음엔 결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걱정을 나누다가도 막상 결혼 날짜가 잡히면 혼수품을 어디서 사면 좋은지 같은 구체적 정보가 필요해지거든요. 그런데 어머니나 결혼한 친구에게 물어 봐도 막연한 대답뿐이었어요.”
결혼 날짜가 11월 11일로 잡혀 있는 임씨는 5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모아둔 1000만원 한도내에서 혼수 장만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결사모에서의 활동도 아주 결사적(?)이었다.
“서로의 고민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 침구 가구 주방용품 예식장 웨딩드레스 등 결혼에 필요한 정보를 회원들이 샅샅이 조사해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지요. 고객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지 여러 상점들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접근하더군요.”
임씨를 비롯한 4명의 부시솝은 ‘제대로 된 물건을 싸게 산다’는 원칙으로 △신혼여행 야외촬영 예물 △침구 한복 그릇 △웨딩숍 청첩장 △가구 등의 분야에 따라 ‘공구점’을 물색한다. 회원들의 ‘고급 정보’를 받는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확인을 하고, 회원 불만이 접수되면 환불 등의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진다. 공구점들도 ‘군단 고객’을 놓칠 수 있어 이들 부시솝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5개월 새 결사모의 회원은 200명에서 1400여명으로 증가한 상태. 각자 결혼 날짜가 다르므로 시기가 비슷한 20∼30명이 혼수품을 공동 구매한다. 구매 계획을 부시솝에게 E메일 등으로 보내면 부시솝이 1대1로 공구점을 일러준다.
공구점을 게시판 등을 통해 ‘공개’하지는 않는 이유는 이곳에선 회원들만을 위해 30∼50%까지 파격적으로 할인을 해주기 때문. 물론 ‘쇼핑 성공담’ 코너에 들어가면 선배 예비 신부들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싸게 장만한 기쁨과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임씨는 “양가 부모님들의 상견례 장소, 결혼식 이벤트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은데 회원들 서로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상세히 질문하고 답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실은 가장 보편적이고 정치적이라는 것이 여기서도 입증되는 셈이다.
각종 생활용품 예단 웨딩드레스 등 혼수품 일체를 1000만원 이내에서 모두 장만할 수 있도록 예산표를 이미 짜 놓은 임씨는 요즘 여유롭고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혼인날을 기다리고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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