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터뷰/LG캐피탈 사장 이헌출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6시 38분


'사장님은 근무시간에 소설책을 보면서 일한다’는 소리를 직원들로부터 들으면서도 리더십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추리소설 마니아로 통하는 LG캐피탈 이헌출(李憲出·52)사장은 요즘 회사 안팎에서 축하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카드시장의 대폭발로 올 해말 3000억원대 순이익이 예상되는데다 고객 1000만명을 확보하면서 업계 1등 자리를 확실히 굳혀??있는 탓이다. 이사장의 야심있게 내놓은, 젊은 여성을 겨냥한 레이디카드, 20∼30대 남성을 위한 2030카드가 발매 1년 만에 300만장 가까이 출시됐다. 제휴관계를 맺은 미국 비자카드는 한국에서 벌어진 '기적’을 두고 올 7월 '없던 상’을 만들어 줬다.

그런데도 이사장?獨?웃음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가부장적 리더십’이 느껴졌다. 꼬장꼬장해 보이는 경상도 사투리에다 "가볍게 웃어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도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다. 투박하면서도 진지함이 느껴지는 이런 점이 매력이라고 직원들은 말했다.

이사장은 전자우편 '반쪽 사용자’다. 전자우편을 읽어는 보지만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타자속도가 느려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십 제공자로 회사에 남고 싶은데 키보드를 토닥거리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고 했다. 다만 직원들의 건의나 물음에는 전화로 한다고.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이사장??SK그룹 등 재벌사의 카드사업 진출은 2001년의 최대 고비가 될 듯하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상황에서 재벌사 진출은 고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

이사장은 "SK그룹의 카드진출은 절대 허가될 리 없다”고 잘라말한다.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달리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임승차식 신규진입에는 절처하게 '부담금’을 매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 제8구단 창설 때 신생팀이 가입비 내는 논리처럼 카드가맹점 확보에 들어간 기존 회사의 노력이 보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카드 가맹점은 우리 직원들의 ??눈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사장이 말하는 LG카드의 성공비결을 시장을 읽는 방법에서 찾았다.

외환위기를 넘기면서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카드사에서 꼽는 우량고객. 이사장은 "하지만 이들은 수수료가 비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이 없었다”며 "소비욕구는 크지만 수입이 충분치 않은 20∼30대를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내에선 이들을 '헝그리 미들 클래스’라고 부른다고 했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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