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가게를 경영하며 외롭게 사는 애련(이미연)은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물고기자리에 태어난 여성이다.
그녀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나 ‘바그다드 카페’ 같은 수준있는 영화만 보고 음악은 얼터너티브록의 순교자 커트 코베인을 가장 좋아한다. 색채 감각도 남달라 자동차, 우산, 침대보 심지어 수족관에 딱 한 마리 키우는 열대어까지 노란색으로 통일했다.
▼관련기사▼ |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도 평범할 리가 없다. 재즈풍 발라드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면서 엉뚱하게도 커트 코베인을 가장 좋아하는 동석(최우제)이다. 애련은 비디오가게 앞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동석이 자신처럼 ‘프랑스 영화’중에서도 독특한 영화를 찾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고 자신의 열대어 이름까지 아는 남자라는 점에 운명같은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동석은 이미 애인이 있는 몸. 애련의 호감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하지만 운명이 묶어놓은 사랑을 그렇게 쉽게 거부해선 안된다. 그래서 그 우아한 여성은 남자가 없는 사이 집안을 뒤지고 남자의 경력을 뒤에서 조종하고 급기야 남자의 애인 앞에서 “넌 사랑 때문에 이만큼의 고통을 견실 수 있냐”며 자해극까지 벌인다.
맙소사, 영화는 그런 사랑이 진짜라고 강변하는 것일까. 천만에. 그것은 문화적 허영심으로 가득찬 나르시즘의 폭력일뿐이다. 15세이상. 21일 개봉.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