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는 모두 일본 제국주의시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고 극도로 사적인 치정극을 통해 제국주의 사회의 엄숙주의와 위선을 통렬히 비판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남자주연을 맡은 후지 타츠야도 같다.
1896년 인력거꾼 기사부로의 아내 세키는 26세 연하의 청년 토요지와 불륜에 빠져 남편을 교살하고 시체를 말라붙은 우물에 던져넣는다. 하지만 3년후 남편 기사부로의 유령이 마을에 출몰하면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두 남녀는 결국 모진 고문 끝에 범행을 자백하고 처형된다.
‘감각의 제국’의 엽기성에 비하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진부한 이야기다. 그러나 감독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시각이 아니라 살인과 죄의식마저 주체할 수 없는 기층민중 남녀의 무서운 열정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이 원작소설과 함께 받았다는 편지의 문구, ‘메이지 유신시대, 일본의 그 어두운 역사 아래서도 사랑은 존재하였습니다’라는 말 그대로.
‘열정의 제국’의 화면은 전작보다 덜 자극적이다. 하지만 전작의 가치전복이 개인적 차원이라면 후작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도발적이다. 79년 칸영화제 감독상수상작. 18세이상. 21일 개봉.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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