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에는 팀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다가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날아다닌다. 포스트시즌 활약은 선수들 입장에선 연봉인상의 ‘특효약’이고 팀으로 봤을 땐 ‘구세주’나 다름없다.
삼진을 밥먹듯 당해 ‘영양가 없는 타자’로 알려졌던 LG의 외국인 타자 펠릭스는 98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홈런을 때려내는 등 포스트시즌의 맹활약으로 이듬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현대―삼성, 두산―LG의 ‘빅카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2000플레이오프. 이들 4개팀 멤버 중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활약이 두드러졌던 선수는 누굴까.
먼저 LG에선 김재현. 95년과 98년 두 차례 플레이오프를 통해 타율 0.409(44타수 18안타)와 10타점에 홈런이 4개나 된다. 특히 98년엔 타율 0.588의 무시무시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재현과 함께 ‘왼손 쌍포’인 이병규 역시 개인통산 플레이오프 타율이 0.354(33타수 12안타).
이에 맞서는 두산의 ‘요주의 인물’은 최고 용병 우즈. 지난해 한화와의 4게임에서 18타수 7안타로 타율 0.389에 게임당 1개꼴인 4홈런을 때려냈다.
마운드에선 LG 왼손 최창호가 돋보였다. 태평양, 현대시절을 포함해 4차례 플레이오프에서 9게임에 나가 24와 3분의2이닝 동안 단 2실점으로 평균자책이 0.73. 반면 두산 최용호는 지난해 1게임 선발로 나갔다가 아웃카운트를 1개 잡는 동안 5실점, 평균자책이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135.00이다.
삼성에선 지난해 타율 0.429로 플레이오프 수위타자에 올랐던 김종훈이 ‘복병’이고 현대에선 올 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박종호가 개인통산 0.294(34타수 10안타)로 은근히 강하다. 양팀 타선의 기둥들인 박재홍(0.133) 김기태(0.220) 이승엽(0.263)은 플레이오프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 외국인 타자 프랑코와 정경배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타율이 각각 0.556(9타수 5안타)와 0.417(12타수 5안타)에 달해 현대전에서의 활약을 예감케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외국인 타자들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 이는 이듬해 재계약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