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펌 ‘김&장’의 M&A 팀장으로 있던 박병무(朴炳武·39) 변호사는 최근 정보통신 벤처기업 ‘로커스’ 관련 지주회사 ‘로커스 홀딩스’의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법조인에서 경제인으로 스스로를 ‘합병’한 것.
80년 서울대 전체 수석합격에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 하버드 로스쿨 졸업 등 화려한 경력과 함께 국내 최대 로펌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던 그가 기득권을 박차고 생소한 벤처기업에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회사의 비전이나 가치관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업무를 상담, 자문해 주는 단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기획안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박 사장은 이직 결심을 하기까지 ‘놀던 바닥에서 놀지 않고 분야를 바꾸면 쪽박 차기 마련’이라는 주위의 인식을 깨뜨리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저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더 불안해 하더군요. 영역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도 부담이 됐습니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식이 함께 엮어져야 시너지(상승) 효과를 통해 사회가 성숙하는 것 아닙니까. 로스쿨을 나온 뒤 경영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은 미국의 발전 원동력도 결국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 경영에도 과거의 법조 경력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박 사장은 앞으로 추진하게 될 기업인수 합병이나 금융거래, 회사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방송과 영화 등 인터넷 미디어 사업의 주요 콘텐츠가 될 문화 분야는 법적 규제가 심해 신경이 쓰이는 부분.
법률자문과 기업경영을 한몸으로 엮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박 사장은 “내가 잘해야 앞으로 ‘영역 뛰어넘기’를 시도할 인재가 많아질 것”이라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소송이 아닌 변호사의 상담은 무료라고 생각하는 등 한국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편입니다. 한국의 문화적 재능과 잠재력을 살리고 그 무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벌써부터 문화 사업의 새로운 수익모델 구상으로 분주한 박 사장의 포부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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