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뒤에 등장한 세대는 응석받이로 자란 베이비붐 세대였다. 그들에게 검소함은 구차한 단어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한없는 번영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새로운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들에서 사치풍조를 비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세대의 검소함을 찬양하고 요즘 세대의 사치 성향을 비난하는 언론의 도덕적인 훈계들이 사실과 어긋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2차 세계대전 세대가 오늘날의 번영에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흔히 검소한 세대라고 생각하는 이 2차대전 세대는 오히려 은퇴 이후의 소비기준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노동통계국의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들의 지출은 1987년부터 1997년 사이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게다가 이 2차대전 세대가 젊었을 때 인기를 누리던 책들과 잡지들을 살펴보면 이 세대 역시 요즘 사람들 못지 않게 소비에 집착했음을 알 수 있다. 1959년에 밴스 패커드는 ‘지위 상승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성공한 미국인들이 사치품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 설명한 바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의 전형적인 사치품은 금으로 된 수도꼭지였다.
하지만 이 과거 세대가 요즘 세대와 다른 점은 그들이 자신들의 물질주의를 솔직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세대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을 때 정말로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부자가 될수록 부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소비에 대해 갈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반(反)물질주의적인 사람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돈을 쓰는 방법을 새로 고안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사치품을 마구 사들이는 것은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유용한 물건에 돈을 쓸 때는 한계가 없다. 예를 들어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인 겨울용 코트를 살 때 요즘 사람들은 미국의 보통 겨울 추위를 막기에 충분한 제품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히말라야에서 시험을 거친 특수섬유로 된 파카이며 이 파카는 명왕성에서도 추위를 막아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첨단기술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은 돈 쓰는 법을 전혀 모른다. 그들은 그저 중년의 일 중독자들일 뿐이다. 그리고 Ⅹ세대와 그 이하의 젊은이들은 쇼핑을 하는 대신 벌써부터 은퇴 이후의 생활을 위해 돈을 저축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의 이런 소비패턴은 그들이 빈곤을 한 번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데 대해서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반영한다. 번영을 누리고 있는 오늘날의 미국을 지배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돈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이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돈으로 인해 자신이 타락할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풍요가 가져다주는 불안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015mag―brook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