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스나리 스페인총리 "한국과 교류확대 희망"

  • 입력 2000년 10월 21일 19시 08분


국내총생산(GNP) 5962억달러(99년)로 세계 10위인 나라.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5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 한국과는 50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반백년의 역사를 가진 우방국.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력을 가졌으나 스페인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폐막된 직후인 21일 오후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47·사진)를 호텔 신라에서 본보 방형남(方炯南)국제부장이 단독으로 만나 한―스페인 관계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아스나르 총리는 인터뷰를 마친 뒤 곧장 다음 방문국인 이란으로 떠났다.

―서울 ASEM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부에서는 ASEM이 ‘친목모임’에 불과하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만….

“매우 긍정적이고 인상적인 회의였습니다. 유럽연합(EU)과 아시아의 관계진전을 위한 중요한 모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국 정상들이 정치 경제 등 현재의 유럽과 아시아의 상황을 조망하고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 런던에서 열린 ASEM과 비교할 때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까.

“아시아와 유럽의 경제환경이 2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아시아는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유럽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화로 인한 혜택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이 더욱 광범위한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기반이 분명하게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성과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번 서울 회의에서는 특히 무역 자유화에 관한 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무역 자유화를 통해 ASEM 참여국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모든 ASEM 회원국들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가 WTO 체제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확인하고 ASEM 내 WTO 비회원국들의 가입을 지원하는 문제를 중점 협의했습니다. 서울 ASEM을 통해 회원국들이 정례적(regular), 체계적(systematic)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수교 50년을 맞은 스페인과 한국의 현재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우리는 4년 전부터 ‘아시아 액션 플랜(Asia Action Plan)’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의 급속한 교류진전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한 관계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희망합니다. 스페인 경제는 강력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국의 교역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대(對)스페인 수출은 10억달러대(99년 수출 14억9000만달러, 수입 2억400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을 갖고 있습니다. 유로파이터(EU가 공동개발한 전투기), 프리깃함, 잠수함, 공항용 레이더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학생교류 언어교육 등 문화교류도 심화되기를 기대합니다.”

―20일 정상회담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북한과 수교하겠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언제쯤 수교를 할 생각이십니까.

“언제라도(at any time) 수교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대통령에게도 설명했듯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의 관계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총리께서는 37세 때 국민당(PP) 당수가 되셨고 43세 때 총리가 되셨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정치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비결은 무엇인지요.

“나는 나의 조국과 국민, 그리고 나를 믿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나의 모든 에너지를 다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결이라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지요.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스나리 총리는 이 대목에서 기자의 팔을 툭툭 치며 ‘별것 아니라는 듯’ 빙그레 웃음을 짓기도 했다. 역시 40대에 최고 지도자가 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그를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들은 언론을 잘 활용해 나보다 훨씬 잘 알려진 것 같다”며 “나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는 (국정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문제에 더욱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후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하신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아도 고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언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균형재정, 국민과 기업에 감세혜택을 주기 위한 조세개혁, 기업활동의 자유화, 규제철폐 등을 꾸준히 추진했습니다. 이것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최상의 보장책인 셈이지요.”

아스나르 총리는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바스크 문제에 대한 질문에도 상세한 답변을 했다. 그는 바스크는 현재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자치를 누리고 있다며 테러로 표시되는 협박을 통해서는 평화가 정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SEM 기간에 보여준 한국인의 환대에 감사한다”며 “한반도의 안정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방형남국제부장>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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