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금고, 대주주의 사금고인가

  • 입력 2000년 10월 21일 19시 38분


동방과 대신 금고의 거액 불법 대출 사건은 일부 금고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사(私)금고’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해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40여개 금고가 퇴출된 것은 대부분 출자자 대출이 화근이 됐다. 6월 퇴출된 우풍상호신용금고도 대주주에 대출해줬다가 문을 닫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새한(거평) 대한(성원건설) 나라(보성어패럴) 대구(태일정밀) 한국(대우) 한스(대한방직) 등 한때 잘 나가던 많은 종금사들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한 뒤 몰락한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임직원들이 대주주에 대한 거액의 불법대출을 알고도 37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눈감아 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직원들이 정현준씨와 경영진을 협박하자 경영진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40명의 직원을 퇴직처리하면서 정상퇴직금 이외에 1인당 1500만∼1억8000만원 등 총 37억원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됐다. 금융구조조정기를 맞아 금융권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은 개별 규모가 크지 않고 수가 많아 감독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상시검사(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해 특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대인 대신금고에 대해 현장검사를 벌이고도 이같은 불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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