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스코-MS-인텔, 아성 흔들…국내 기술주 "조마조마"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6분


‘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인텔’

세계 기술주의 대명사인 이들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미국 나스닥시장은 시가총액 1∼3위인 이들의 주가동향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나스닥과의 동조화가 심해진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관건은 기술주 3인방의 실적이 앞으로도 전세계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느냐는 것.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흔들리는 1위〓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90년대 이후 독점적인 기술력으로 라우터 스위치 등 데이터전송장비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주니퍼 네트웍스의 등장(97년 설립)으로 시스코의 아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영업환경의 변화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시스코는 3월27일 82달러에서 지난 23일 56달러로 내려 앉은데 반해 작년 10월 주당 35달러에 머물던 주니퍼네트웍스는 244달러로 급등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제조업체인 인텔사도 후발주자인 AMD의 급부상으로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AMD는 작년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전환한 가운데 30년만에 처음으로 인텔보다 성능이 뛰어난 제품군을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PC경기 둔화로 두기업의 주가는 모두 하락한 상태이지만 AMD는 연초대비 상승한 가격(22달러대)을 유지한 반면 인텔은 연초가격을 밑돌고(11달러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네크워크서버 무선인터넷 등 각 사업부문에서 경쟁업체를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점에서 경쟁체제로〓시스코 등 기술주의 영업환경이 독점에서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우선 이들이 누렸던 초과수익은 점차 사라진다. 또 경쟁적인 가격인하와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증대,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마케팅비용 증가는 수익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과장은 “3대 기술주의 약세가 나스닥시장 전체의 거품해소 차원을 넘어서 기존 영업환경에 대한 중대한 도전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며 “어쩌면 미국투자자들이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기술주를 매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술주엔 악재〓국내 기술주들은 종합주가지수와 마찬가지로 미국시장 동향에 따라 춤을 추는 ‘천수답 주가’의 틀안에 있다. 국내 기술주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등락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기술주열풍과 연말연초 폭등세는 나스닥증시를 추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나스닥에서 바이오칩과 보안관련주가 상승하면,국내시장에선 여지없이 바이오테마와 보안테마가 형성됐다.

국내 기술주의 자생력은 이렇듯 보잘 것 없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마저 상승반전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기술주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며 나스닥증시가 선도기술주의 약세로 추가하락쪽으로 기울 경우 국내 기술주는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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