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재규/학생의 눈으로 ‘자율화’를 보자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36분


폭발적인 민주화 바람을 타고 학생들도 각종 자율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장하는 자율화는 무엇인가. 점심시간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교실로 자장면을 배달시키고, 등하교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서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는 것 등이 자율화인가. 또 동료를 폭행하거나 금품을 갈취하고, 심지어 부모와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것이 자율화의 목적인가.

학생들의 자율화 요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자율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그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고민과 요구를 그들의 입장에서 듣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세대간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고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의 인성교육도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들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그들만을 위한 스포츠시설과 문화공간, 캠프장 등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건전한 아르바이트나 자원봉사의 기회를 제공해 근로의 보람을 익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특기 적성 흥미에 맞는 그룹을 만들도록 지원하고 인정해줘야 한다. 학교 내에서의 규제완화와 자율화는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의 공동 논의를 거쳐 결정하되 일단 자율화를 허용할 경우 학생들이 스스로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정에서는 모든 교육의 책임을 학교에만 떠맡기지 말고 자녀들의 학교 밖에서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학교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고민거리를 해소해 줘야 하고 학생과의 합의에 따라 벌점이나 사랑의 매를 가하는 열의도 필요하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대해 지도와 감독 일변도보다는 지역학교의 특성에 맞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제도 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재규(명일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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