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파리에서 열린 인상파 전시회에 대해 한 비평가는 이렇게 썼다. “화랑가에 일대 참사(慘事)가 벌어졌다. 자칭 미술가라는 것들이 스스로를 급진파나 인상주의자라고 떠들어댄다. 그들은 화폭에 아무 색깔이나 되는 대로 처바르고 이름을 사인한다. 마치 정신병자들이 길바닥에서 돌멩이를 주워놓고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고 떠드는 것과 같다.” 조롱과 경멸로 가득찬 혹평 중의 혹평이었다.
▷이들에게 공격의 화살이 쏟아진 것은 ‘품위 있는 주제’ ‘정확한 소묘’ 등 전통 회화의 규칙을 전면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상파 화가들은 태양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화폭에 담으려 했다. 회화의 근본을 뒤바꾸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인상파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무엇보다 밝고 화려한 화풍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숱한 혹평과 비난을 감내해 가며 ‘새로운 그림’을 찾으려 했던 화가들의 고뇌와 실험정신이 깃들여 있다.
▷인상파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다. 오르세 소장품 가운데 모네의 ‘생 라자르역’ 과 밀레의 ‘이삭줍기’ 같은 19세기 걸작들이 26일부터 서울 덕수궁에서 전시회를 갖는다고 한다. 오르세미술관은 문화대통령임을 자임했던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허름한 기차역을 고쳐 만든 곳이다. 이 또한 고정 관념을 파괴한 것이다. 문화의 계절인 가을에 한번쯤 미술관 나들이를 하고 세계적인 명작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선구적인 예술가와 행정가들의 창조정신, 실험정신을 만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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