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걸레스님' 중광 달마展, 가나아트센터 내달 8일까지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57분


1996년 개인전 후 훌훌 서울을 떠나 백담사에 칩거했던 ‘걸레스님’ 중광(重光·65)이 달마도를 앞세우고 다시 속세에 모습을 드러냈다.

25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중광 달마전―괜히 왔다 간다’에는 중광의 달마그림 50점과 유화 20점, 도자기 40점이 나온다. 중광의 예술세계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 미국의 공영방송 PBC과 CNN, 일본의 NHK, 영국의 SKY Channel 등에 그의 작품세계가 심도있게 소개된 바 있다.

시 서 화에 두루 능한 중광이지만 화업의 본령은 역시 달마도다. 시인 구상은 중광의 달마에 대해 ‘휘갈겨 놓으니 달마의 뒤통수요, 느닷없이 만난 은총의 소낙비’라고 평한 바 있다.

이번에 출품된 달마도는 총 50점. 모두 달마인데 모두가 다르다. 짚신 한짝 달랑 매달린 장죽을 매고 가는 ‘싱거운 달마’, 웅크린 자세로 달을 등지고 앉아있는 ‘옹심달마’, 커다란 등에 작은 뒤통수만 보이는 ‘면벽 달마’, 장전된 화살 모양 활모양의 머리를 한 ‘활달마’…. 50점의 달마도에 들어앉아 있는 50명의 각기 다른 달마는 어쩌면 중광 자신의 자화상이자 도달하지 못한 피안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조각가 최종태는 서투르고 투박하고 거친 중광의 도예작품을 “가장 중광답다”고 평했고,캔버스 그림은 중광의 순수와 무애가 녹아있는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작품들이다.

3년전부터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요즘 경기도 곤지암에 ‘벙어리 절간’이라고 불리는 곳에 머무르고 있다. 막걸리 통에 소주를 부어 마실 정도였던 술은 4년전에, 안물고 있을 때 보다 물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담배는 두달전에 완전히 끊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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