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펀드는 원래 몇몇 큰손들이 특정 증권사 지점을 통해 공동투자를 해오던 ‘투자 부티크’에서 시작됐다.
부티크 운영자는 대부분 전직 증권사 직원으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전주(錢主)들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것. 정현준 사장처럼 서울 강남지역의 기업인수합병(M&A) 부티크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모아 사설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펀드에는 강남의 거액전주나 명동지역 사채업자, 소형 금융기관 자금에다가 심지어 정치권의 ‘검은 돈’까지 일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시장에서는 ‘A벤처기업은 청와대 모 인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B기업에는 정치권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 때 금리가 30%까지 폭등하자 회사채를 매입해 큰돈을 벌었다. 작년부터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로 장외주식 투자나 유망벤처기업 지분을 인수한 후 작년말과 올초 코스닥시장 폭등과 함께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부티크에서는 굳이 코스닥 등록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등록예비심사를 청구하거나 심사를 통과하고 등록 전 주식을 장외에서 주식을 파는 경우가 많다.
코스닥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때는 프리(Pre)코스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등록심사 청구만으로도 액면가의 20∼30배까지 주가가 폭등했다. 금감원 간부가 투자한 평창정보통신도 인터넷검색엔진 알타비스타를 운영하는 벤처기업으로 장외시장에서 한때 70만원(액면가 5000원)까지 폭등했고 인지도가 높아 거래량도 폭증했다.
강남지역 M&A 부티크는 벤처기업 인수에 주력하기 때문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펀드를 모아 기업을 키운 뒤 되파는 방법을 많이 택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듯이 코스닥주가 폭락 이후에는 투자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상당수의 사설펀드가 자취를 감췄다.
장외시장 관계자는 “작년말 큰돈을 챙긴 사설펀드들이 다시 벤처기업에 액면가의 50∼60% 증자에 들어갔다가 주가폭락으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발목이 잡혔다”며 “벤처투자 펀드들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펀드는 정관계와의 연계설을 내세워 신뢰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낭설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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