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집에서 쉬던 김씨는 심한 두통과 고열로 쓰러지고 말았다. 치과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MRI 촬영 결과 뇌에 염증이 있는 것이 확인돼 수술을 시도하자 왼쪽 턱관절과 귀 사이에서 고름이 쏟아져 나왔다. 급히 마취를 한 뒤 입안을 절개하고 남아 있는 고름을 걷어내는데 갑작스러운 발작 증세가 발생했다. 기도를 유지하고 산소를 공급한 다음 MRI 촬영한 결과 고름이 혈관을 타고 이미 뇌로 가서 뇌농양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신경외과로 옮겨져 뇌농양 제거술을 받았지만 간질과 지능저하증세가 나타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법원은 “턱관절 농양 제거 뒤 나타난 두통 고열 등 증상은 전형적인 뇌농양 증세이므로 조기발견해 신경외과로 재빨리 옮겼어야 했다”면서 “발작 증세를 보일 때까지 약만 주는데 그쳐 빠른 치료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잘못이 있다”고 하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의학은 점점 전문화 세분화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 전문화를 강조하다 보면 인체 각종 기관의 연관성을 놓치기 쉽다. 치과의사가 사랑니를 뽑은 턱관절 부위를 지나가는 혈관이나 신경이 모두 뇌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신경외과 의사에게 조언을 받았다면 이같은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의심나는 상황에 대해 다른 의사에게 한번 더 묻는 의사와 이런 의사의 노력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신현호 의료전문변호사>www.med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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