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강병규 인터뷰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6시 21분


'위기의 남자' 강병규

28세·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10년차 투수,선수협 대변인….

2000년 10월은 청년 강병규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의 시기로 기억 될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룩했던 프로야구선수라는 직업을 그만둬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소속구단인 SK와이번스는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 자신을 원하는 어떤 팀이나 갈수있다.그러나 시중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은 강병규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른바 '강병규 죽이기' 음모론. 프로야구 구단 사장단이 지난 올스타전 기간 중에 가진 골프모임에서 내년시즌 어느 구단도 선수협 대변인으로 맹활약한 강병규와 계약을 하지않기로 담합을 했다는 것.

지난해 프로야구선수들의 권익을 찾겠다며 선수협 대변인으로 활동한 강병규는 1년 뒤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선수협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쳐야 할 지도 모를 위기를 맞았다.

동아닷컴은 강병규선수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심경을 들어봤다.

△SK구단 측으로부터 방출결정이 내렸졌다는 통보는 언제 받았나?

-22일 저녁 전화로 들었다.

△구단에서 밝힌 방출 이유는?

-직접 들은 내용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시즌 초 부터 선수협 제도위원회 구성 등 선수협 활동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무언의 스트레스('본인이 아니면 느낄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강병규 선수는 본인은 들으 바 없지만 '잦은 돌출행동으로 선수들간에 위화감을 조성해 팀워크를해쳤다'는 SK구단이 언론에 밝힌 방출 이유를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해명 형식으로 답변해 주었다.

△시즌 중 패션쇼에 출연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패션쇼에 출연한 적은 결코 없다. 개국 준비 중 이던 패션관련 케이블TV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와 응한적은 있다.아마 그걸 가지고 패션쇼에 출연했다고 몰아붙이는 것 같다. 당시 그 케이블 TV는 개국도 안한 상태였고 방송은 시즌이 끝난 다음에나 나간다고 들었다. 인터뷰는 압구정동 근처에서 했고 좋아하는 모자, 평소 즐겨입는 옷 스타일등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피부병을 핑계로 병가를 내고 훈련에 불참한 선수가 물을 가까이해선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우나를 들락거렸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2군에서 허락받고 쉬고 있었다. 그런데 부산으로 원정경기를 떠난 강병철감독이 구단에 전화를 해서 '꾀병이니까 2군에서 볼보이라도 시키라'고 해서 연습장에 나가 훈련에 참관했다. 강병철 감독이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해서 진단서도 가져다 주었다.그랬더니 강감독이 "너랑 야구하기 싫으니까 구단하고 얘기해"라고 했다.

△선수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인기를 끌 생각은 안하고 TV쇼프로 출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데?

-시즌중에 구단의 허락없이 TV출연이 불가능하다. 내가 시즌중에 나간 TV프로가 있다면 밝혀달라.

△어깨가 아프다는 핑계로 등판을 거부해서 2군으로 내려갔다는데?

-사실과 다르다.7월1일 해태전 8회에 등판 지시가 내려왔다.사흘 연속 불펜에서 대기했고 이틀을 연속으로 던졌다. 프로는 몸이 재산인데어깨도 완전치 않아 등판을 거부했다.그런데 코칭스태프가 감독의 지시를 거부한다며 2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또 당시 팀이 연패를 당하며 성적이 부진했다. 그래서 자중하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나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얼마 후 강병철감독이 김준환 수석코치를 통해 염색한 머리를 검정색으로 되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그럼 내가 머리를 단정하게 자를테니 염색하는 것은 간섭하지 말라고 부탁했다.70년대도 아니고 귀고리까지 하는 선수도 있지 않은가.다음날 구단이 감독의 지시를 어겼다며 벌금을 매기려 했다.(이 사건은 결국 강병규의 팀 무단이탈로까지 번졌다.)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들이 강병규 죽이기 음모를 진행중이라는데?

-그 얘기는 5월달부터 들었다. 선수협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문제가 생기면 구단에 지적하고 시정하려고 선수협을 만들고 나서서 대변인도 했다. 구단에서 제제 하려고 하는데 못참겠더라.다른선수들 보는눈도 있고 해서 굽히지 않았다.

△자유계약 선수신분이 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KBO에 웨이버 공시가 안된 상태라 다른 팀과 접촉 할 수없다.그러나 '강병규 죽이기' 에 참가했다는 8개구단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말은 할 수 없지만 나에게 관심을 표명한 구단도 있다.

△만일 소문대로 다른 구단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개인자격이 아닌 선수협 차원에서 대응 할 계획이다. 아직 자유계약신분이 아닌 SK 소속 선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올해 성적 부진이유는?

-연습이 절대 부족했다. 그리고 동계훈련을 착실히 못했기 때문에 몸을 만들 때 까지 코칭스태프에서 배려를 해줬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또 선수협을 성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정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컸다.

△팬들에게 한마디

-성원해 주신 것 만큼 성적을 못내서 죄송하다.하지만 야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하고 싶다. 잘 할 자신도 있다.

독자의견쓰기

박해식/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