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 블루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도주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대형주 반등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공세 수위가 낮아진데다 연기금 자금이 곧 시장에 유입될 예정으로 있는 등 블루칩을 둘러싼 투자 환경이 급속히 개선되는 것도 블루칩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아직 만만치 않은 상황. 저가 메리트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여지는 있지만 바닥확인 작업이 과연 끝났는가에 대한 회의론이 그 첫번째 이유다.
또한 외국인들이 하루걸러 순매수-순매도를 반복하는 '럭비공' 투자패턴을 보이는 것도 블루칩 투자메리트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이에따라 증시에는 대형 블루칩을 선도주로 한 600선 회복과정이라는 평가와 블루칩의 반등에 한계가 있는 만큼 550선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 팽팽히 맞서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이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저가매수의 매력이 있다는 데 대해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왜 블루칩인가
블루칩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우선 매물부담이 없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주가지수가 심각한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지수 550∼590선까지의 매물부담은 4%를 넘지 못하는 상황. 그만큼 몸집이 가벼워 주변 여건만 조성되면 치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블루칩들의 단기 낙폭이 커 저가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설득력이 있다.
한국통신공사의 경우 25일 종가가 6만9500원으로 연고점(18만6000원 1월4일)에 비해 무려 62.68%나 폭락한 것을 비롯 포철(연고점 15만6000원 1월 5일)이 59.48%, 삼성전자(39만4000원 7월13일)가 59.26%나 추락했다. 25일 다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SK텔레콤(50만7000원 2월 11일) 역시 45.5%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3만8600원 1월6일)이 그나마 33.67%만 떨어져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이들 대형 블루칩의 저가 메리트를 이용해 매수에 나서는 조짐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5일 시가총액 1위자리에 다시 등극한 SK텔레콤에 대해 11만여주 사들이는 등 맹렬하게 매수세를 확대하며 지난 5일 동안 SK텔레콤주를 32만5094주나 순수하게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또 한국통신공사에 대해서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 지난 7일 동안 계속해서 총 7만6700여주를 매입했으며 현대전자에 대해서도 순매수로 돌아섰다.
외국인들의 이같은 투자동향은 블루칩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단적인 근거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함께 연기금 전용펀드 설정으로 곧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는 것도 블루칩 투자 메리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 자금이 각 투신사에 배정돼 증시에 유입될 경우 중소형 개별주보다는 대형 블루칩 편입비중을 높일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증시유입은 근본적으로 증시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지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의지의 표현인 만큼 그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날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도규모가 900억원을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빅6' 가운데 SK텔레콤과 삼성전자 한전을 제외한 3개 종목은 오히려 상승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SKT와 한전의 경우 등도 하락률이 각각 0.18%와 0.77%에 불과,프로그램 매도규모에 비해 적은 하락률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의 나민호 팀장은 "미국증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점은 있지만 블루칩의 경우 매수 시점이 됐다"면서 "삼성전자 16만원대, 포철 6만원대는 분명히 바겐세일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의 매수세만으로 지수 600이상을 바라보기는 무리"라며 "블루칩의 주도로 600선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가기위해서는 우리증시 내부의 자생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
그러나 현대그룹 처리문제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와함께 포드의 대우차 인수결렬을 계기로 뜨거워졌던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절박성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반론 등으로 슬그머니 수그러드는 것도 암초가 될 수 있다.
또 주가 자체로는 삼성전자가 저점대비 32.64% 뛴 것을 비롯, SK텔레콤이 39.39%, 한통이 26.18% 오르는 등 각각 적잖은 상승률을 기록한 점도 다소 부담스럽다.
신영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특정 방향성을 갖지 않은 채 럭비공처럼 튀는 만큼 이들의 현·선물 매매동향을 주목하는 시장접근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루칩의 반등을 기대하기 보다는 당분간은 급등시 분할매도, 급락시 분할매수의 리스트 관리를 겸비한 단기적인 매매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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