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도 감정 상하게 상대에게 욕을 퍼붓고 싶다. 하지만 쳐다보는 주위 눈들이 무서워서 참는 것이다. 하물며 국회의원임에랴. 피감기관 간부들이 도열해 있고 기자들도 지켜보는 판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욕설 폭행 드잡이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 대표’랍시고 더 강도 높은 욕으로, 더 보란 듯이 신랄하게 다투는 것만 같다. 총무회담장에서 오가는 상스러운 언사도 귀에 익숙하다. 부총무에게 발길질한 야당총무도 있었다. 여성의원에게 '싸가지 없는 ×’이라고 퍼부었다가 사과한 여당의원도 있었다.
▷선거구 획정 문제로 불만을 품고 협상대표를 때리는 여당의원, 사무총장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야당의원이 있었다. 예결위에서 예산의 지역편중 시비로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이 오간 적도 있다. 지난해 보훈처 국감장에선 여야 의원이 지독한 욕설과 함께 멱살잡이로 눈길을 끌었다. 국회가 이렇게 품위 없이 흘러가니 정치의 품질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닐까. 19세기 영국 미국 의회에서 야구방망이나 개를 동원해 상대방을 공격했다는 대목을 생각하게 한다.
▷2000몇백년 전 그리스의 정치는 '개판’이었던 모양이다. "정치하는 사람은 학식이 있거나 성품 바른 이가 아니다.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에게나 맞는 직업이 정치다.” 그 시절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이다. 21세기를 맞는 한국의 국회가 옛 그리스 희극에 나오는 수준의, 뒷골목 패거리 짓으로 얼룩져서는 안된다. 여의도에서 나는 '상한’ 백합 냄새가 너무 역겹다.
<김충식논설위원> 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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