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유로화 또 사상 최저치 추락… 80센트선 붕괴 우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0시 42분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26일(현지시각) 유럽 외환시장에서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로화의 가치는 이날 유럽시장에서 ECB가 당분간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면서 장중 한때 유로당 82.28센트까지 추락했다.

뉴욕시장에서는 UN이 이라크의 원유결제를 현행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로 전날 종가보다 소폭 상승, 유로당 82.96센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환 전문가들은 대세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 AP통신등은 외환 전문가들을 인용, 유로화 가치하락이 유로권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데다 ECB가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때문으로 분석했다.

딜러들은 유로가 당분간 유로당 82.60센트∼83.60센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82.60센트선이 붕괴될 경우 연내 80센트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빔 두이젠베르크 ECB 총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국제상공회의소 75주년 기념식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을 옹호하면서 유로존 인플레 억제를 위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이젠베르크 총재는 현재 유로존 인플레율이 유가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압력으로 목표치인 연 2%대를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플레 억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금리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CB 수석 경제학자인 오트마르 이싱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와 회견에서 "유로존에서 유출되는 자본의 양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유로화의 가치가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라면서 "유로화 가치부양을 위한 더 이상의 시장개입은 필요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두이젠베르크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발언에 대해 런던의 경제분석가들은 유로화 가치하락으로 ECB가 금리인상 압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금리인상이 유로화 가치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화 가치가 속락하면서 유로화 가치부양을 위한 유로존 11개 회원국의구조개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화 가치 부양을 위해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비우스 장관은 달러화 가치를 기준으로 현재의 유로화 가치는 20∼25% 저평가돼있다면서 유로화의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이 구조개혁을 통해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페드로 솔베스 유럽연합(EU) 재정담당 집행위원도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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