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아시안컵축구대회서 곡예하듯 4강까지 오른 한국축구. 그러나 4강전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1로 패한 뒤 몇몇 축구인들은 이렇게 첫말을 던졌다.
"사우디에 패한 것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룬 최대의 쾌거"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이 던진 코멘트는 한국축구가 결승진출이 좌절되자 '홧김'에 나온 반어적 표현이 아니다. 진정 한국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속마음이란다.
왜 그렇까. 한마디로 말하면 4강전서 한국이 사우디에 졌기 때문에 그나마 '축구개혁'을 논할 수 있는 한가닥 희망이 있다는 것.
그간 한국축구를 지켜본 축구인들은 올림픽과 아시안컵서 보여준 '졸전'에 실망으로 가득찼다.
이렇다할 전략도 없고 선수들의 개인기도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일본축구의 대약진을 보며 '강인한 한국축구는 어디로 갔는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아시안컵의 성적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4강진출 혹은 결승진출 보다 더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 것은 한국축구의 가능성이다.
시쳇말로 말하면 "져도 좋다. 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축구가 보여준 것은 '희망없는 게임운영'이었다. 미숙한 세트 플레이, 볼을 잡고 어디로 줄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선수들, 무조건'잘차'식의 '머리없는' 전술….
이같은 한국축구의 한계는 큰 경기마다 팬들의 '분노'를 샀다. 대회마다 16강진출 8강진출 가능성 등 '계산기를 두드려야'하는 슬픈 현실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한국축구를 수술하는가 라는 것. 축구인들은 먼저 사령탑의 자질을 꼽는다. 새로운 전술을 세우고 선수들을 다잡아 '체질개선'을 할 수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것. 그러나 일부에선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펀드멘탈'이 문제다.감독이 누구든 약점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따라서 한국축구의 가능성 찾기를 보다 근본적인 면에서 답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
축구인들은 '5년간 한국축구는 죽었다'라고 생각하고 가능성있는 유소년축구선수들은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일본축구처럼 축구선진국에 축구유학을 보내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명약'이라는 것이다.
경기는 끝났다. 아시안컵서 3위든 4위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 축구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번 아시안컵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축구가 우승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칫 한국축구의 '진실'은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제호/동아닷컴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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