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정현준쇼크' 코스닥 신규등록 연기사태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24분


‘잘못 들어갔다가 코 꿰일라.’

‘정현준 쇼크’가 가뜩이나 침체된 코스닥시장을 안팎으로 옥죄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코스닥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장외 우량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점. ‘우량 기업 진입으로 코스닥의 체질이 개선되리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코스닥 진입 연기가 두드러지는 곳은 대형 포털서비스 업체들. 현재 연기를 결정한 포털업체는 라이코스코리아 야후코리아 네이버 네띠앙 등 줄잡아 10여개. 라이코스코리아는 원래 올해 말 공모를 하기 위해 주식분산, 투자유치 등의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시장상황이 불투명해지자 등록계획을 유보한 상태다.

야후코리아는 최근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공모분산요건이 30%에서 10%로 완화됨에 따라 등록요건을 충족하게 됐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등록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 심마니 네띠앙 등도 내년 초까지는 코스닥에 진입할 계획이었으나 등록 시점을 일단 미뤘다.

포털업체 이외의 우량 벤처기업들과 등록이 가시화됐던 일부 대기업들도 등록 작업에서 잠정적으로 손을 뗀 상태. 안철수연구소는 등록을 내년 하반기로 미루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LG캐피탈 삼성카드 유니텔 등은 대기업의 코스닥 진입 제한까지 맞물려 아예 거래소로 직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중.

장외기업의 잇따른 등록 연기는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전망이다. 코리아밸류에셋 윤희철 팀장은 “장외기업 투자자들의 유일한 바람은 투자 업체의 코스닥 등록”이라면서 “일반 투자자에게 지분이 많이 분산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등록 일정 연기에 따른 마찰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례로 7월 코스닥등록 심사를 자진 철회한 M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등록보류의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회사측에 따지기 위해 소액주주 공동대표단을 결성했다.

한편 이미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들도 제2, 제3의 ‘정현준 사건’이 우려됨에 따라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코스닥주가는 그동안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건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이 진행되면 한계 기업의 연쇄 부도를 자극해 시장이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쇄 부도 사태가 일어나면 건전한 벤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리젠트자산운용 이원기 사장은 “투자자들이 ‘초록은 동색’이라는 심정으로 건전한 벤처기업에까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금동근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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