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현물가격 폭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하루 하락폭이 10%를 넘고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미현물시장(AICE)에서 64메가(8×8) SD램 메모리 반도체 PC100 가격은 26일 개당 4.27∼4.53 달러로 전날에 비해 7.58% 하락하며 연속 연중 최처지를 기록한 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업체의 차세대 주력품목인 128메가 SD램(16X8) PC133은 27일 개당 10.30∼10.92달러로 전날에 비해 11.21% 폭락하며 10달러 이하 추락이 임박했다.
▽하락세 왜 가팔라지고 있나〓 삼성전자 김일웅(金一雄·반도체 마케팅팀장)이사는 올해 3분기에 예상했던 개인용컴퓨터(PC) 판매가 3500만대였으나 실제로는 3300만대에 그치는 등 PC 수요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았다. 새로 시판되는 컴퓨터중 일부가 128메가 D램이 아닌 64메가 D램을 채용한 것도 많아 반도체의 소비를 줄여 반도체 수요 감소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것.
메리츠증권의 최석포(崔錫布)연구원은 “반도체 누적 재고량이 올 9월 이후 급증하면서 반도체 가격을 하락시키고 있다”며 이같은 누적 재고량 증가는 내년 중반까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코리아의 김수겸(金秀謙)부장은 “일부 업체들은 생산원가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갔으나 현금확보 등을 위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계속되나 〓재고 누적과 수요위축이 내년 1, 2분기에도 계속돼 반도체 가격의 저공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연구원은 내년에 128메가 D램으로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면서 64메가 D램과 128메가 D램의 가격은 상반기에 각각 3∼4달러와 1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관계자들은 “내년 2분기에는 고정거래처 공급가격도 올해보다 2달러 가량 하락하고 128메가 D램의 경우 8∼9달러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 영향〓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전량을 현물시장이 아닌 고정거래처에 공급하고 있으며 가격 하락이 큰 64메가 SD램의 비중은 전체 물량의 15%에 불과해 수익성 악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생산원가에 육박한 대만업체 등 경쟁사들을 압박해 삼성전자의 경우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