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대사의 '우려' 표명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해 공식석상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최대사는 지난 27일 도쿄의 세계평화연구소(이사장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초청 강연회에 연사로 나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서도 확인된 역사적 사실은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 국내 문제에 개입할 의도는 없으나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일본 침략의 피해당사자인 한국 대사가 우려표명을 하기 전날(26일)에도 일본에서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문부성의 교과서검정심의회에 소속된 한 외교관출신 위원이 바른 소리를 한 데 대해 자민당 의원 일부가 그 심의위원을 파면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 위원은 동료 위원들에게 ‘최근 왜곡시비를 일으킨 특정출판사의 교과서를 불합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문부상에게 바로 그 외교관출신 위원을 파면하라고 다그쳤다는 보도다.

일본의 2002년판 중학교 교과서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국 중국 등 ‘과거사의 당사국’들이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검정을 신청한 교과서들의 ‘수상한’ 움직임은 ‘종군위안부’라는 단어 자체를 지워버리거나 아니면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보상시비’ 등을 삭제하는 것에서부터 일제의 중국 조선 ‘침략’ 부분을 삭제하는 것, 식민지 지배와 조선의병 관련내용을 지워버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마디로 엄존하는 과거사에 대한 증거 인멸(湮滅)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접국의 우려는 단지 과거 집착이나 모멸감 때문이 아니다. 일본이 과거 저지른 침략행위조차 부정하고 그 책임을 뭉개서 후세를 가르치려 한다면 그 의도가 무엇인가. 미래에도 도리 없이 일본과 이웃으로 살아야 할 인접국으로서 ‘과거사 암매장(暗埋葬)’을 묵과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懷疑) 때문이다. 최대사가 한시간짜리 강연의 모두(冒頭)발언으로 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적 진실은 하나의 신(神)’이라는 경구를 주목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임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2년 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한일관계는 대폭적 문화개방 등으로 어느 시기보다 우호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정부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태도를 보면 과연 그런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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