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北선호 스웨덴식 경제 모델은?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미국의 웬디 셔면 대북정책 조정관은 25일 북한방문을 마친 뒤 귀국하면서 “북한이 스웨덴식 경제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도 빠른 관계개선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 돌입하는 등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이 모델로 삼고 있는 스웨덴식 경제모델은 어떤 것이며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스웨덴식 경제모델〓스웨덴 경제는 내수보다 대외교역 의존도가 크게 높다. 또 정부의 역할이 경제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공공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 그래서 국가경제와 민간경제가 혼합된 ‘선진형 혼합경제체제’로 분류된다. 이 경제모델은 1930년대 사회주의 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계획경제를 실시한 데서 비롯됐다.

스웨덴은 혼합경제체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인 숙제인 실업과 인플레를 해결했다.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은 스웨덴식 경제모델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스웨덴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적 성과를 냈다. 혼합경제의 바탕 위에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보장 정책 등을 추진한 결과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조화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복지정책의 피로현상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왜 스웨덴 모델인가〓북한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스웨덴과 1973년부터 외교관계를 맺어왔다. 그만큼 스웨덴 경제모델을 공부할 시간이 많았다.

스웨덴은 인구가 890만명에 불과한 데다 높은 세율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적어 내수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이 점도 북한과 일맥상통하는 환경이다.

광물과 자본재는 수출하고 식량과 생활용품 등 소비재는 수입하는 스웨덴식 산업구조 역시 북한이 향후 국제사회에 진출할 때 본뜨기 쉬운 발전모델로 보인다.

스웨덴 모델에도 한계가 있다. 격차가 거의 없는 임금구조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세율(GDP의 60% 차지) 등은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대외개방을 통해 ‘체제 유지’와 ‘경제 살리기’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어하는 북한에는 매력적인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자연환경〓스웨덴은 국토의 55%가 삼림지역. 목재자원의 양은 약 22억㎥로 추정되며 이중 소나무와 가문비나무가 85%를 차지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농림업 종사자가 광공업 종사자 비율을 웃돌 만큼 농림업 위주 국가였다. 북위 60도 이상 지역은 여름 평균기온이 섭씨 15도에 불과해 경작은 주로 남부에서 이뤄진다. 보리 귀리 밀 감자 등이 주요 작물이나 자급이 힘들어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풍부한 삼림자원은 산업화 초기의 핵심산업이었던 제지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북부 지역의 철 우라늄 등 광물자원은 주요 기간산업인 철강 기계제작 등 중공업 분야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됐다. 이 같은 자연환경은 북한과 놀라울 만큼 흡사하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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