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있는 몇 개의 사업을 동시에 하는 기업은 당연히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사업을 너무 방만하게 확장한 기업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유관 사업을 함께 하며 얻는 시너지 효과와 지나친 사업확장에 따른 단점을 감안해 가장 적절한 절충선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를 볼 때 AT&T는 사업체가 지나치게 커 집중력이 떨어지는 거대기업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장거리전화, 무선전화, 광대역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다. AT&T 경영진은 분할 뒤의 새로운 AT&T가 훨씬 더 민첩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왜일까. 분할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혼란도 적지 않을 텐데 왜 AT&T는 분할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아마 AT&T는 금융시장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AT&T는 무선서비스와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 신경제 부문을 분사하게 되면 이들 자회사의 주가가 급등해 기업 전체의 이익은 떨어진다 해도 분할된 회사의 주가총액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물론 시장은 때로 비합리적일 수 있다. '닷컴’ 신봉자들이 투자자를 좌지우지하던 때에는 일시적이긴 했으나 첨단기술 분야를 분사하면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그런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불합리한 분할 따위의 잔재주는 통용되지 않을 것 않다. 과거 주식이 너무 저평가됐던 때도 있었다. 1990년대 증시호황을 과거의 저평가됐던 주식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저위험―고수익을 기대한 주식가치 폭등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AT&T 같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타당성이 없는 금융이론을 근거로 분할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리〓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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