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출근을 재촉하는 수백여 명의 시민들로 북적대는 한 개찰구 앞에 길게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던 권명수씨(58·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이날 따라 손에 든 교통카드가 ‘원망스러웠다’. 이 곳의 경우 총 13개의 개찰구 중 카드판독기가 설치된 곳이 4개에 불과해 한참을 기다린 끝에 통과할 수 있었다. 권씨는 “정부의 장려로 교통카드 사용이 급증한 만큼 불편이 없도록 카드 개찰구를 대폭 늘려 달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의 한 개찰구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체 15개의 개찰구 중 카드 전용 개찰구는 3개뿐인데다 이마저 양방향으로 통과시키다보니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이용객들이 먼저 통과하려다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6개월째 교통카드를 사용 중인 대학생 윤수아씨(21·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카드 전용 개찰구가 적은데다 한 곳에만 몰려 이용에 불편이 크다”며 “카드판독기가 고장나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95년 도입 이후 현재 서울 지역에 배포된 교통카드는 1000만장. 6월부터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할인폭도 커지면서 이용 시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역마다 카드 이용이 가능한 개찰구가 부족한 탓에 이용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1∼8호선의 229개 지하철역에 설치된 교통카드용 개찰구는 모두 4100여개(겸용 포함)로 지하철 1∼4호선의 경우 57%, 5∼8호선은 35%수준.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하철의 카드 이용자 비율이 25%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하철 5호선 한 역의 관계자는 “출퇴근길 적은 수의 카드 개찰구에 처리량이 폭주해 잦은 오작동을 일으킨다”며 “카드판독기의 추가 설치를 본부에 건의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이달부터 전 지하철역에서 가동키로 했던 교통카드 고속충전기 사업도 차일피일 늦어져 이용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